지금은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시대.
바로 스낵을 집어먹듯 쉽고,
간편하게 짧은 시간내에
즐길 수 있는콘텐츠를 일컬어
스낵컬처(Snack Culture)라고 하는데요.
이 스낵컬처가 우리들의 출퇴근 시간이나
자투리 시간 등의 공백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글 김용섭 /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요즘 사람들은 잠시의 공백도 용납하지 않는 듯, 쉼 없이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갑니다. 작정하고 콘텐츠를 보겠다는 게 아니라 짧은 공백의 허전함을 채우는 목적이 큽니다. 그래서 짧아야 하는 것이죠. 처음엔 5~10분 정도가 스낵컬처의 기본이었는데 이젠 1분, 아니 30초짜리도 많아졌습니다. 긴 콘텐츠는 끝까지 보기 부담스러워하는 이들도 많아져 심심할 때 주로 보는 웹툰과 동영상은 5분 이내의 짧은 것들이 유독 많습니다.
특히 스낵컬처에 해당되는 동영상들이 많이 소비되고, 그런 동영상의 광고수익 또한 증가하다보니 짧고 위트 있는 동영상을 만들어내는데 혈안입니다. 미국과 영국의 인기 TV 드라마를 모바일로 다시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한 시간짜리를 15분 분량으로 쪼개어 보여주기도 하고, TV 예능프로그램은 재미있는 특정 장면만 시청할 수 있습니다. 텀블러(SNS와 일반 블로그 중간 형태의 플랫폼을 뜻함)는 5분 이내의 동영상만 게시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트위터가 만든 동영상 서비스 VINE(바인)의 기준은 6초입니다. 짧을수록 더 쉽게 보고, 더 빠르게 공유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 사람들이 기승전결보다는 결론만 원하는 셈입니다.
우린 자투리 시간에 인터넷 뉴스를 보거나, 모바일 게임을 하거나, 아니면 SNS로 친구들의 일상을 들여다봅니다. 쉬지 않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셈인데, 그로 인해 우린 얕고 넓은 지식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피키캐스트 같은 스낵컬처형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여기저기서 정보를 가져다가 짧고 재미있게 스낵컬처화시키는게 콘텐츠 비즈니스의 관심사가 되어버렸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언론사에서도 스낵컬처를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SBS에서 카드뉴스 형태의 스브스뉴스를 등장시킨 이후, KBS에서는 고봉순, MBC에서는 엠빅뉴스를 내놓았습니다. 이제 지상파방송마저도 모바일용 스낵컬처를 중요한 콘텐츠로 인식하고 만들게 된 것이지요. 짧고 강렬한, 그리고 재미있는 정보들을 뉴스화하는 흐름은 주요 일간신문이나 종편, 케이블방송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낵컬처가 보편화된 덕분에 웹툰이나 웹드라마, 웹소설도 인기를 누리며 큰 콘텐츠 산업이 되었습니다. 웹툰의 국내 시장 규모는 2014년 1,729억 원에서 2015년 3,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고, 2020년까지 1조 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스낵컬처시대. 우리는 성격 급한 잡식성 소비자인, 동시에 새로운 콘텐츠 생산자도 될 수 있습니다. 일상의 자투리 시간에 마음껏 스낵컬처를 누렸다면, 이제 그 짧은 시간을 위해 스낵컬처의 창작자이자 생산자가 돼보는 건 어떨까요. 스타 유튜버들 중에 상당수는 그저 평범한 개인이었으니 말입니다.
1인 창작자 시대를 맞이한 건, 전적으로 모바일 혁명의 산물이고 여기에 스낵컬처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우리가 사회를 대하고 사람과 관계를 맺는 태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스낵컬처는 잠깐 타올랐다 사그라드는 일회성 트렌드가 아닌, 패러다임을 넘어 문화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