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마트 검단점에 근무하고 있는 최상범입니다.
제가 이마트에 입사한 것이 1995년이니, 벌써 입사 20년 차를 맞이하네요. 신입사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저에게는 꽤 많은 별명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별명들 하나하나를 뒤돌아보니 제가 업무를 하며 사람들에게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무것도 몰라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던 폭탄에서 이마트의 이영표가 되기까지! 제 별명의 20년 역사는 저의 직장생활 20년을 요약해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별명과 함께 진화해온 저의 20년 직장 생활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신세계의 폭탄이 되다
신입사원으로 입사 후 연수원 시절부터 불린 제 첫 별명은 ‘폭탄’입니다.
제 첫 이미지가 폭탄이라니 사실 굉장히 실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제 외모가 폭탄으로 불릴 만큼 끔찍하지는 않답니다. 그리고 폭탄이라는 별명에는 제 태도가 담겨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폭탄으로 지목된 첫 번째 이유는 저의 시간관념 때문이었습니다. 연수원에서 강의나 모임에 항상 맨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지각생이었던 것이죠. 어느 조직에나 있는 지각생, 저는 그래서 지각 요주의 인물이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연수원 수업 참여 때마다 발표나 웃음을 담당했기 때문입니다. 몇몇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제가 발표할 때는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생겼다는 칭찬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폭탄에서 워킹 매뉴얼, 이마트의 애정남까지의 반전!
입사 4년 차에 저는 본사 시스템기획팀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요. 이곳에서 저는 ‘시스템 전문가’로 통용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기술적으로 시스템기획에 대한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업무에 있어서 최선을 다해서인지 전문가다운 인상을 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관련 업무 관련 질문을 많이 받게 되었고, 제 별명은 걸어 다니는 지침서, 즉 워킹 매뉴얼(Walking Manual)이 되었습니다. 신세계의 폭탄에서 워킹 매뉴얼이라는 엄청난 변화죠.
이후에 저는 이마트 점포에서 팀장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별명은 ‘애정남’이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사내 행사에서 고객 대응에 대한 애매한 상황을 정해주는 역할을 맡아 공연을 하게 되면서입니다. 개그맨 최효종씨의 프로그램을 수십 번 반복해서 보고, 직접 시나리오, 캐스팅 등을 맡아 진행했죠. 연습도 참 많이 했었는데요. 그래서 공연 이후 저는 이마트 업무의 애정남으로 등극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속한 조직의 효율을 높이고, 동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사람이 되었다는 의미에서 더욱 성장한 제 모습을 발견하게 한 별명입니다.
점쟁이 문어를 능가하는 예지력으로 이마트의 이영표를 꿈꾸다
제가 현재 맡은 업무는 이마트 검단점의 점장입니다. 점장이 된 뒤 느낀 점은 구성원의 실행력을 잘 파악해서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어야 것입니다. 구성원 하나하나를 남몰래 연구하고 관찰하여 어떤 직무에 가장 잘 맞을지 예지력을 발휘해야 하죠. 브라질 월드컵에서 놀라운 승패 예측을 했던 이영표 해설위원과 같은 능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저는 꽤 운이 좋았던 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현재 별명은 ‘이마트의 이영표’입니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볼까요? 추석과 같은 명절은 마트 매출의 정점을 찍는 시기입니다. 추석이 일주일 남은 시점 직원들에게 추석 명절 이틀 전 최고의 매출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러한 제 예측이 적중한 것입니다. 아식스 창고대방출전, 한우데이와 같은 행사 준비 시 전년 대비 약 2배에 달하는 물량을 준비한 적도 있는데요. 두 행사 모두 물량이 많기는 했지만, 철저한 과정관리를 통해 기대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려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기도 합니다. 제 자랑 같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본사 지침이 마련되기 전 진열, ISP 등을 먼저 시행해 동료들로부터 영업의 예언가라는 이야기를 들어오곤 했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가 신세계그룹에서 불린 별명의 변천사들을 정리해 보았는데요. 별명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이름 대신 불리는 애칭일 수도 있지만, 한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신세계그룹에 근무하며 동료들이 붙여준 별명은 제가 노력한 그간의 시간을 대변하는 것 같아 저의 자부심이자 자신감입니다. 신세계그룹과 함께하는 시간이 계속되는 한 저에게는 또 다른 별명이 생기겠죠. 더 노력해서 신세계그룹과 동료들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들을 위하는 사람인 새로운 별명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