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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 작가의 DSLR 여행기 웨일즈 1편
영국 속 작은 나라 웨일즈에 가다
이 환
영국이지만 영국 같지 않은 땅
웨일즈(Wales)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그리고 북아일랜드로 이뤄진 나라다. 그래서 국가명이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줄여서 UK라고 부른다. 정확히는 19세기 아일랜드를 복속한 후 1922년 지금의 이름으로 확정됐다. 웨일즈는 사실상 다른 민족, 다른 언어를 쓰며 문화도 사뭇 다르다.
런던을 출발해 기차로 두 시간을 달려 잉글랜드 서쪽 마지막 도시인 체스터역에서 내려 차로 달렸다. 시계를 빠져 나가자 마자 웨일즈 영역에 왔다고 알려준다. 두 가지가 확연히 차이난다. 하나는 저 멀리 서쪽으로 높은 산들이 솟아있다. 구릉과 평야가 대부분인 잉글랜드에서는 쉬이 볼 수 없는 풍경.
두 번째는 교통과 관광안내 표지판이다. 암호 같은 알파벳과 영어 표기가 항상 붙어있다. 웨일즈어다. 영국 땅이지만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이곳의 분위기는 색다르다.
초록빛 풀밭과 양들이 수십 번씩 반복되는 언덕을 오르고 내린다. 윈도우 컴퓨터 초기화면에서 본 것 같은 아름다운 초록언덕이 반복된다. 콘위 시내가 보이는 언덕 위에서 잠시 쉬었다. 시간을 거슬러 온 느낌이다. 언덕 아래 펼쳐진 풍경은 중세 마을 모습 그대로다.
바닷가 바짝 옆 콘위성이 거인처럼 서있고 언덕 아래 마을을 뱅 둘러 성벽이 병풍처럼 바깥 세계를 향해 굳게 막아 서있다. 그야말로 철옹성이다. 바다 위엔 수백 척의 요트들이 한가로이 떠있다. 웨일즈에는 콘위성 외에 1969년 찰스 왕자가 황태자 서임식을 생중계해 유명해진 카나번성 등 고성들이 641개나 된다.
동화 속 꿈 같은 공간
콘위성
다음날 이른 아침, 콘위성을 찾았다. 완공하는데 만 4년(1283~1287) 밖에 안 걸린 초고속 성채다. 그런데도 견고하게 지어져 보존 상태가 좋아 중세 고성연구에 중요한 성이다. 불행히도 이 성은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1세가 웨일즈를 정복해 쌓은 잉글랜드성이다. 당시로서는 이민족이 침탈해 만든 성이다.
고성 해설사 윌리엄스씨는 “친구들이 내게 왜 하필 잉글랜드가 정복해 만든 성에서 일하느냐?”며 핀잔을 준다고 한다. 그는 목소리를 높이며 말한다. “그때마다 저는 말하죠. 역사는 역사다. 오래 전 이야기일 뿐이다. 지금 이 성 꼭대기에 있는 깃발을 보세요. 바로 웨일즈 깃발 아닙니까? 뭐가 문제죠?” 일행들은 웃음과 함께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수백 년 고성 망루에서 서쪽으로 펼쳐진 스노든산맥을 바라본다. 성 안의 잉글랜드인들과 성문 밖 웨일즈인들을 떠올려 본다. 산 주변 마을에서 척박하게 살아가는 웨일즈인들에게 이곳은 동화 속 꿈 같은 도시였으리라. 바닷바람이 제법 거세다. 인간은 거친 역경들을 이겨내며 오늘날 같은 멋진 세상을 만들었다.
평야 위에 우뚝 솟은 산
브레콘산
영국은 전체적으로 산세가 약하다. 그나마 스코틀랜드와 웨일즈산이 높다. 가장 높은 산이 1,113m 높이의 웨일즈 북부 스노든산이며, 남부에서 제일 높은 산이 브레콘산(886m)이다. 평야 위에 솟은 높은 언덕 산 정도다.
이곳에서 한 노인을 만났다. 자신의 차를 타고 이동하며 이야기 나누자고 한다. 매우 활달해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니며 안내했다. 웨일즈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다. 관목과 풀 밖에 없는 황량한 브레콘산 등산로를 따라 한 시간 여 오르니 정상이 성큼 다가왔다. 지금껏 평야만 봐서인지 정상에서 펼쳐진 풍경은 나쁘진 않았다.
그 뒤 노인은 대단한 폭포(Waterfall)가 있다며 꼭 봐야 한다며 한참을 데리고 안내했다. 결론은 아주 작은 폭포.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신기한 명소다. 웃음이 나왔지만 “원더풀!”이라 화답해줬다.
세계에서 가장 큰 중고책 마을
헤이온 와이
이곳은 미리 알던 곳으로, 꼭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다. 서점에서 한 괴짜 책 애호가의 이야기를 접했다. 머리에 왕관을 쓴 그는 자신의 성채를 책 왕국으로 선포하고, 자신을 왕으로 칭했다. 그의 이름은 리차드 부스(Richard Booth). 옥스포드를 졸업한 후 몰락해 가는 1961년부터 시골마을을 책으로 가득 채우고, 급기야 900년이 넘는 헤이성을 사들여 세계에서 가장 큰 중고서점을 만들었다. 30여 개의 전문서점들이 마을을 가득 채웠다. 중고서적은 거의 40만권이 넘는다고 한다.
한 괴짜 책 애호가 리차드 부스의 노력 덕분에 이 마을은 영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을이 되었다.
필자가 그를 만나고 싶다고 했을 때 그는 옆 마을로 외출 중이었다. 직원이 전화를 연결해주어 인사를 나눴다. 목소리는 우렁차고 처음 듣는 외지인의 어눌한 영어에 밝게 대답해 줬다. 한 가지 주제를 몇십 년간 억척스럽게 천착한 그의 의지와 혜안을 배운다. 세상은 이런 괴짜들이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것 같다. 이제 더 웨일즈 북서쪽 마을로 이동한다.
웨일즈 유기농 식당 보드난트

지역에서만 나오는 양, 소고기, 야채, 과일 등으로 요리하는 식당과 시장이다. 요리교실 체험 프로그램이 있고, 미식가들에겐 필수코스.

www.bodnant-welshfood.co.uk
영국에서 가장 작은 집

콘위성 마을에 붙어있는 항구 바로 앞에 있다. 높이 3m, 폭이 1.8m로 마지막 거주자는 어부였는데 180cm가 넘는 거구였다고 한다.

콘위 캐슬호텔(Conwy Castle Hotel)

성문 안 마을 중심가에 세워진 1570년대부터 운영해 온 고즈넉하고 유서깊은 호텔. 중세시대 집에 온 느낌이다.

www.castlewales.co.uk
About Writer 이환
영국이지만 영국 같지 않은 땅
웨일즈(Wales)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그리고 북아일랜드로 이뤄진 나라다. 그래서 국가명이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줄여서 UK라고 부른다. 정확히는 19세기 아일랜드를 복속한 후 1922년 지금의 이름으로 확정됐다. 웨일즈는 사실상 다른 민족, 다른 언어를 쓰며 문화도 사뭇 다르다.

런던을 출발해 기차로 두 시간을 달려 잉글랜드 서쪽 마지막 도시인 체스터역에서 내려 차로 달렸다. 시계를 빠져 나가자 마자 웨일즈 영역에 왔다고 알려준다. 두 가지가 확연히 차이난다. 하나는 저 멀리 서쪽으로 높은 산들이 솟아있다. 구릉과 평야가 대부분인 잉글랜드에서는 쉬이 볼 수 없는 풍경.

두 번째는 교통과 관광안내 표지판이다. 암호 같은 알파벳과 영어 표기가 항상 붙어있다. 웨일즈어다. 영국 땅이지만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이곳의 분위기는 색다르다.

초록빛 풀밭과 양들이 수십 번씩 반복되는 언덕을 오르고 내린다. 윈도우 컴퓨터 초기화면에서 본 것 같은 아름다운 초록언덕이 반복된다. 콘위 시내가 보이는 언덕 위에서 잠시 쉬었다. 시간을 거슬러 온 느낌이다. 언덕 아래 펼쳐진 풍경은 중세 마을 모습 그대로다.

바닷가 바짝 옆 콘위성이 거인처럼 서있고 언덕 아래 마을을 뱅 둘러 성벽이 병풍처럼 바깥 세계를 향해 굳게 막아 서있다. 그야말로 철옹성이다. 바다 위엔 수백 척의 요트들이 한가로이 떠있다. 웨일즈에는 콘위성 외에 1969년 찰스 왕자가 황태자 서임식을 생중계해 유명해진 카나번성 등 고성들이 641개나 된다.

동화 속 꿈같은 공간
콘위성

다음날 이른 아침, 콘위성을 찾았다. 완공하는데 만 4년(1283~1287) 밖에 안 걸린 초고속 성채다. 그런데도 견고하게 지어져 보존 상태가 좋아 중세 고성연구에 중요한 성이다. 불행히도 이 성은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1세가 웨일즈를 정복해 쌓은 잉글랜드성이다. 당시로서는 이민족이 침탈해 만든 성이다.

고성 해설사 윌리엄스씨는 “친구들이 내게 왜 하필 잉글랜드가 정복해 만든 성에서 일하느냐?”며 핀잔을 준다고 한다. 그는 목소리를 높이며 말한다. “그때마다 저는 말하죠. 역사는 역사다. 오래 전 이야기일 뿐이다. 지금 이 성 꼭대기에 있는 깃발을 보세요. 바로 웨일즈 깃발 아닙니까? 뭐가 문제죠?” 일행들은 웃음과 함께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수백 년 고성 망루에서 서쪽으로 펼쳐진 스노든산맥을 바라본다. 성 안의 잉글랜드인들과 성문 밖 웨일즈인들을 떠올려 본다. 산 주변 마을에서 척박하게 살아가는 웨일즈인들에게 이곳은 동화 속 꿈 같은 도시였으리라. 바닷바람이 제법 거세다. 인간은 거친 역경들을 이겨내며 오늘날 같은 멋진 세상을 만들었다.

평야 위에 우뚝 솟은 산
브레콘산

영국은 전체적으로 산세가 약하다. 그나마 스코틀랜드와 웨일즈산이 높다. 가장 높은 산이 1,113m 높이의 웨일즈 북부 스노든산이며, 남부에서 제일 높은 산이 브레콘산(886m)이다. 평야 위에 솟은 높은 언덕 산 정도다.

이곳에서 한 노인을 만났다. 자신의 차를 타고 이동하며 이야기 나누자고 한다. 매우 활달해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니며 안내했다. 웨일즈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다. 관목과 풀 밖에 없는 황량한 브레콘산 등산로를 따라 한 시간 여 오르니 정상이 성큼 다가왔다. 지금껏 평야만 봐서인지 정상에서 펼쳐진 풍경은 나쁘진 않았다.

그 뒤 노인은 대단한 폭포(Waterfall)가 있다며 꼭 봐야 한다며 한참을 데리고 안내했다. 결론은 아주 작은 폭포.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신기한 명소다. 웃음이 나왔지만 “원더풀!”이라 화답해줬다.

세계에서 가장 큰 중고책 마을
헤이온 와이

이곳은 미리 알던 곳으로, 꼭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다. 서점에서 한 괴짜 책 애호가의 이야기를 접했다. 머리에 왕관을 쓴 그는 자신의 성채를 책 왕국으로 선포하고, 자신을 왕으로 칭했다.

한 괴짜 책 애호가 리차드 부스의 노력 덕분에 이 마을은 영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을이 되었다.

그의 이름은 리차드 부스(Richard Booth). 옥스포드를 졸업한 후 몰락해 가는 1961년부터 시골마을을 책으로 가득 채우고, 급기야 900년이 넘는 헤이성을 사들여 세계에서 가장 큰 중고서점을 만들었다. 30여 개의 전문서점들이 마을을 가득 채웠다. 중고서적은 거의 40만권이 넘는다고 한다.

필자가 그를 만나고 싶다고 했을 때 그는 옆 마을로 외출 중이었다. 직원이 전화를 연결해주어 인사를 나눴다. 목소리는 우렁차고 처음 듣는 외지인의 어눌한 영어에 밝게 대답해 줬다.

한 가지 주제를 몇십 년간 억척스럽게 천착한 그의 의지와 혜안을 배운다. 세상은 이런 괴짜들이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것 같다. 이제 더 웨일즈 북서쪽 마을로 이동한다.

웨일즈 유기농 식당 보드난트
지역에서만 나오는 양, 소고기, 야채, 과일 등으로 요리하는 식당과 시장이다. 요리교실 체험 프로그램이 있고, 미식가들에겐 필수코스.
영국에서 가장 작은 집
콘위성 마을에 붙어있는 항구 바로 앞에 있다. 높이 3m, 폭이 1.8m로 마지막 거주자는 어부였는데 180cm가 넘는 거구였다고 한다.
콘위 캐슬호텔(Conwy Castle Hotel)
성문 안 마을 중심가에 세워진 1570년대부터 운영해 온 고즈넉하고 유서깊은 호텔. 중세시대 집에 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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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 작가의 DSLR 여행기
영국 속 또 다른 나라, 스코틀랜드 2편
이 환
#이환작가
이환 작가의 DSLR 여행기,스코틀랜드 2편

스코틀랜드 문화의 중심지,

에딘버러(Edinburgh)

스코틀랜드의 중심 도시 에딘버러(Edinburgh)는 옛 스코틀랜드 왕국의 수도로 스코틀랜드인의 긍지와 자존심이 아로새겨진 역사적인 도시다. 오늘날에는 에딘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페스티벌, 밀리터리 타투 페스티벌, 북 페스티벌 등 1년 내내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끊이지 않는 세계적인 문화.관광의 도시이다.

스코틀랜드의 중심 도시 에딘버러(Edinburgh)는 옛 스코틀랜드 왕국의 수도로 스코틀랜드인의 긍지와 자존심이 아로새겨진 역사적인 도시다. 오늘날에는 에딘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페스티벌, 밀리터리 타투 페스티벌, 북 페스티벌 등 1년 내내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끊이지 않는 세계적인 문화.관광의 도시이다

캐슬 록(Castle Rock)이라는 바위산 위에 세워진 요새, 에딘버러 성(Edinburgh Castle).
이 지역의 수비를 위해 6세기 무렵 건축되었다. 구시가지 풍경에서 단연 돋보이는 에딘버러의 랜드마크다.

에딘버러 성 입장 후바로 볼 수 있는 대포.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한 시에 공포탄을 쏘는 이벤트를 한다.

에딘버러 성에 휘날리는 영국의 국기 유니언 잭(Union Jack)에는 여러 함의가 있다. 유럽의 서쪽 끝자락에 있는 작은 섬나라지만, 한때 전 세계의 상당 부분을 지배했고, 그 영향력은 아직도 엄청나다.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인도 등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53개의 국가로 만든 영연방국가(The Commonwealth)는 아직도 결속력이 대단하다.

에딘버러 성에서는 에딘버러 시내 전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에딘버러 성 앞에서부터 시작해 홀리루드 궁전까지 이어진 1마일의 길을 로열 마일(Royal Mile)이라 한다. 왕의 지나다니는 거리라는 뜻이다. 로열 마일은 가장 스코틀랜드다운 거리라고 할 수 있다. 골목 골목마다 온갖 풍물이 가득하고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로열 마일에서 만난 스코틀랜드 전통 복장의 백파이프 연주자. 그가 입은 타탄 킬트(Tartan Kilt)는 이곳 남성들의 치마 정장이다. 킬트는 본래 모양과 색에 따라서 부족(집안)이나 신분 등을 나타내는데, 지금은 스코틀랜드 군인의 복식이다. 킬트 앞 가운데에는 스포란(Sporan)이라는 가죽 주머니를 달아 놓았다. 치마에 주머니가 없어 필요한 도구들을 담을 곳이 필요했을 거다.

영국의 끝자락,

인버네스(Inverness)

스코틀랜드는 에든버러를 중심으로 남쪽 지역을 로랜드(Low Land), 북쪽 지역을 하이랜드(High Land)라고 부른다. 거친 산지가 대부분인 하이랜드는 대자연이 만든 장엄한 풍경을 뽐내는 지역이다. 네시의 전설이 깃든 네스호(Loch Ness)와 고대의 화산 활동이 만든 대협곡 글렌코(Glencoe),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섬인 스카이섬(Isle of Skye) 등이 다 하이랜드에 있다. 하지만, 하이랜드의 중심도시는 인버네스(Inverness)다. 북위 57도, 영국의 끝자락에 자리 잡은 이곳은 시내 전체에서 현대식 고층건물을 찾아볼 수 없는 단아하고 소박한 도시이다.

스코틀랜드는 에든버러를 중심으로 남쪽 지역을 로랜드(Low Land),북쪽 지역을 하이랜드(High Land)라고 부른다. 거친 산지가 대부분인 하이랜드는 대자연이 만든 장엄한 풍경을 뽐내는 지역이다. 네시의 전설이 깃든 네스호(Loch Ness)와 고대의 화산 활동이 만든 대협곡 글렌코(Glencoe),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섬인 스카이섬(Isle of Skye) 등이 다 하이랜드에 있다. 하지만, 하이랜드의 중심도시는 인버네스(Inverness)다. 북위 57도, 영국의 끝자락에 자리 잡은 이곳은 시내 전체에서 현대식 고층건물을 찾아볼 수 없는 단아하고 소박한 도시이다.

11세기에 건설되었다는 인버네스 성(Inverness Castle). 지금은 주(州) 재판소로 사용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네스강(River Ness)과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다. 인버네스를 관통하는 네스강은 도시의 상징이다. 인버네스라는 도시의 이름도 네스강의 하구라는 뜻에서 유래한 것이다.

스카치위스키의 고장! 스코틀랜드 어디를 가든 위스키 증류 공장이 널려있다. 뭔가 곰삭은 냄새가 마을 전체에 진동하는데, 이곳 사람들은 위스키 공장의 냄새가 익숙해 보인다.

퍼스(Perth)에서 만난 
스코틀랜드 사람들

스코틀랜드 중부에 위치한 도시 퍼스(Perth)는 15세기 중반까지 스코틀랜드 수도였던 고도(古都)로 한때는 로열 버러(royal burgh)로 불렸다. 마침 퍼스에서 묵은 호텔에서 화려한 현지인들의 결혼식을 엿보게 되었다. 밤늦은 시각, 호텔 매니저가 방문을 두드렸다. 결혼식 뒤풀이 파티에 신랑신부 가족이 초대했다는 것이다.

새벽까지 이어진 신랑신부 가족들과 친구들의 댄스파티. 춤 문화에 익숙지 않은 필자의 눈엔 부럽기 이를 데 없었다.

무도회장의 신랑과 신부의 모습.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시골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들의 전통문화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여행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운 풍경만은 아니었다. 자연과 환경, 문화유산을 보존해가는 그들의 치열한 노력과 고민이 오히려 마음 깊이 남았다. 수년, 혹은 수십 년의 땀이 밴 것은 물론, 시행착오를 통해 몇백 년에 걸쳐 보존되어 온 것들도 있었다.
대를 이어 전해진 그들의 유산, 이것이 많은 여행자가 이곳을 찾는 이유일 것이다.
각각의 여행자들은 이러한 흔적 속에서 내가 그랬듯 나름의 배움도 얻을 것이다.
이것은 사람이 사는 동안 ‘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 여러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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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 작가의 DSLR 여행기
대영제국의 중심, 런던을 거닐다
이 환
#이환작가
이환 작가의 DSLR 여행기,no.1,THE UNITED KINGDOM,런던 편 Part.2
영국,정식명칭:그레이트 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 왕국(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위치:서유럽, 프랑스의 북서쪽,언어:여어,수도:런던(LONDON),인구:64,769,452명(2017년7월기준),종교:영국성공회 카톨릭 이슬람교 힌두교 THE UNITED KINGDOM,LONDON

UK LONDON PART 2.

영국의 중심, 런던의 일상을 거닐다
아직도 종이 신문을 읽는 이들이 많은
미디어의 천국
COUNTRY OF MEDIA

수많은 신문과 잡지가 가판대를 채우고 있다. 공원이든 카페든, 혹은 지하철이든 신문 읽는 이들 이 많다. 요즘엔 핸드폰을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신문이나 책을 읽는 이들이 부러울 정도로 많다. 영국 신문들이 세계 신문시장의 모델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변하는 독자들의 취향 에 맞춰 오랜 시간 동안 치열한 경쟁을 통해 변화를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사랑하는 명소, 코벤트 가든
COVENT GARDEN

코벤트 가든 역 광장. 가장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사랑하는 런던 명소다. 마술, 저글링, 버스커들의 놀라운 창작음악 등 기상천외한 퍼포먼스를 매일 감상할 수 있다.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이라는 이름 그대로 ‘수도원 채소밭’에서 출발했을 이곳은 1970년대 중반까지 청과시장 이었다고 한다.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1964)] 라는 뮤지컬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이 주인공 일라이자 둘리틀(Eliza Doolittle)의 모습으로 꽃을 팔던 거리도 이곳이다. 가난하지만 말괄량이 여인 일라이자가 교양 있고 우아 한 신데렐라로 재탄생한다는 이야기처럼, 이곳에 오면 꿈과 희망이 꿈틀거린다!
작지만 자신이 가진 한 가지 재능에 몰두하며 탄성과 웃음을 선사하는
이들의 삶을 보며 여정의 고단함도 덜어낸다.
런던을 물 위로 거닐다,
리틀 베니스
LITTLE VENICE

리틀 베니스는 패딩턴 기차역(Paddington Station) 옆 두 개의 큰 물길이 만나는 곳이다. 런던 내의 하천은 거의가 인공 물길(Canal)이다. 매년 5월이면 리틀 베니스 물길 위는 울긋불긋 깃발과 문양과 꽃 장식으로 가득하다. 화려한 장식의 보트 수백여 척이 한데 모여 장관을 이룬다. 이곳에서는 주변 리젠트 파크(Regent Park)나 더 캠든 마켓(The Camden Market), 런던 동물원(London Zoo) 등을 쉬이 갈 수 있다. 고색창연한 런던을 물 위로 다니며 색다른 풍경을 맛볼 수 있다.

즐거운 거리 축제, 노팅힐 카니발
NOTTING HILL CARNIVAL

휴 그랜트(Hugh Grant)와 줄리아 로버츠(Julia Roberts)가 나오는 영화 [노팅힐(Notting Hill, 1999)]의 배경지역. 노팅힐 카니발은 서부 런던 지역에 주로 거주하던 아프리카계 캐리비언(Afro-Caribbean) 이민자들이 1964년부터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을 뽐내는 거리 축제다. 매년 8월 마지막 주 토요일부터 시작된다. 세계 음식들이 길거리를 가득 메우고, 다양한 음악과 함께 시름을 잊을 수 있다. 거리 축제 중 브라질 리우 카니발(Rio Carnival)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골동품 속 숨은 진주를 찾아라,
포토벨로 마켓
PORTOBELLO MARKET

노팅힐 바로 옆 골동품 가게. 전 세계 서화들과 동서양의 온갖 물건들이 즐비하다. 주말이면 거리에도 긴 노점이 펼쳐진다.

안전한 도시를 책임지다,
런던 경찰
LONDON POLICE

런던의 경찰은 친절한 이미지로 알려졌지만, 실제론 연속된 테러 때문인지 꽤 엄격하다. 런던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건 정복 경찰 외에 눈에 안 띄는 수많은 사복 경찰 때문이다. 시민 대부분은 경찰의 권위를 인정하며 범죄가 발생하면 놀랄 만큼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

런던에는 지하철의 안전만 책임지는 교통 전문 경찰이 따로 있다.
약속과 만남의 광장, 피카딜리 서커스
PICCADILLY CIRCUS

피카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만나는 약속을 한다.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를 연상시킨다.

모던한 국제도시 런던과
세월을 보전하는 시민들
LONDON PEOPLE

뉴욕처럼 전 세계인들이 모여 사는 국제도시, 시내에서 길을 잃었을 때, 제대로 알려주는 이를 찾기 힘들다. 그 역시 관광객이거나 혹은 다니는 길만 알고 사는 런던 사람일 거다. 첨단 문명이 지배하는 현대에도 런던 사람들은 수백 년 긴 세월의 흔적들을 매우 아끼고 보존하는 데 지극정성이다. 백 년 넘는 펍이나 레스토랑도 많고, 도심 한가운데에도 리젠트 파크나 하이드 파크 등 크고 작은 공원 들이 잘 보존되어 시민들에게 위안을 준다.

런던 사람들은 특히 집을 사랑하고 정원을 사랑한다. 집안이나 정원 가꾸기에 관한 쇼핑몰, 그런 제품들을 소개하는 잡지나 TV프로그램도 많다.
성당 옆에는 어김없이 공동묘지가 있다. 노인들이 옛 사람들의 무덤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지하철이나 거리 어디를 가든 버스커들의 공연을 만날 수 있다.
Walk alone in London
is the greatest rest.
런던을 혼자 걷는 것은 가장 큰 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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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 작가의 DSLR 여행기
United Kingdom: 런던 1편
이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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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 작가의 DSLR 여행기,no.1,THE UNITED KINGDOM,런던 편 Part.1
영국,정식명칭:그레이트 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 왕국(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위치:서유럽, 프랑스의 북서쪽,언어:여어,수도:런던(LONDON),인구:64,769,452명(2017년7월기준),종교:영국성공회 카톨릭 이슬람교 힌두교 THE UNITED KINGDOM,LONDON

INTRO

융성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나라
영국을 만나다

까만 택시, 빨간 이층버스(Double-Decker), 공중전화기 등 영국 하면 떠오르는 게 많다. 그만큼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다채롭고 흥미로운 나라다. 나라와 도시의 특징을 만들어내고 그걸 세계 적인 상품으로, 볼거리로 만드는 데 천재적인 능력을 가졌다.

여왕의 나라이자 전 세계에 52개국의 영연방(Commonwealth)국가들을 거느리고 있는 나라, 영국. 지금은 다소 폐쇄적으로 바뀌고 있지만, 한때 세상의 좋은 것들은 물론 난민까지도 기꺼이 수용했던 개방적인 나라. 그리고 파운드를 고집하고, 극심한 논란 끝에 2016년 EU에서 탈퇴(Brexit)하기도 한 사연 있는 나라가 바로 영국이다. 알면 알수록 더 모르는 게 세상이다. 영국 또한 마찬가지다. 사진으로나마 쉬어가듯 영국의 단면을 알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 영국인을 처음 만나다.
THE FIRST TIME

영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처음 온 것은 언제일까? 1845년 거문도 상륙이 영국인의 우리나라 첫 방문으로 기록된다. 하지만 그 이전 기록도 많다. 1816년 9월 서해안을 순찰한 영국 해군이 충남 서천군 마량진에 정박해 지역 관리들에게 성서를 전해준다.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 성서가 전달되는 순간이다. 그 자리에는 성경전래지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1882년엔 영국 해군 플라잉 피시(Flying Fish)호가 제물포 앞바다에 정박해 동네 주민들에게 축구를 알려줬다. 이른바 ‘갑판 축구’다.

2004년 인천항을 방문한 영국 군함 엑시터(Exeter)호 위에서 당시 도포를 입고
갑판 축구를 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영국의 심볼, 빨간 공중전화 부스
RED PHONE BOOTH

1924년 자일스 길버트 스콧(Giles Gilbert Scott)이 디자인한 빨간 공중전화 부스. 가장 영국 스러운 디자인으로 사랑받아왔지만, 모바일 통신의 발달로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공중 전화부스를 개인 사무실, 작은 박물관으로 개조하는 등 여러 아이디어들도 나오고 있다.

UK LONDON PART1.

영국의 중심, 세계의 중심 런던
영국의 자존심, 트래펄가 광장
TRAFALGAR SQUARE

런던 여행의 시작은 역시 트래펄가 광장이다. 우리의 광화문 광장 혹은 서울 광장 같은 곳. 1805년 영국 호레이쇼 넬슨(Horatio Nelson) 제독이 프랑스-에스파냐 연합함대를 이긴 트래펄가 해전(Battle of Trafalgar)에서 이름을 땄다. 기념탑 맨 꼭대기에 서 있는 이가 넬슨 제독이다. 우리나라 이순신 장군 같은 존재다. 광장 정면 가장자리에 우뚝 솟아있고 아래에는 네 마리의 사자상이 지키고 있다. 이 동상들의 원재료가 프랑스 함대의 대포 등을 녹여 만들었다는데 프랑스 방문객들은 난처할 것 같다.

수많은 관광객, 시민, 연인들이 일 년 내내 이 광장을 채운다.
수많은 관광객, 시민, 연인들이 일 년 내내 이 광장을 채운다.
수많은 관광객, 시민, 연인들이 일 년 내내 이 광장을 채운다.
수많은 관광객, 시민, 연인들이 일 년 내내 이 광장을 채운다.
광장 북쪽엔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와 국립 초상화 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이 있다. 입장은 무료이며, 엄밀히 이야기하면 기부금제로 운영된다.
트래펄가 광장 네 귀퉁이 중 한 곳은 동상이 설 자리가 비워져 있다.
앞으로 나타날 영웅의 자리다.
트래펄가 광장 네 귀퉁이 중 한 곳은 동상이 설 자리가 비워져 있다. 앞으로 나타날 영웅의 자리다.
영국 여왕의 주거지, 버킹엄 궁전
BUCKINGHAM PALACE

근위기병대의 강렬한 붉은 의상과 투구 장식이 인상적이다. 왕정체제와 귀족이 아직도 존재하는 나라, 영국의 매너와 격식은 전통과 어우러져 세계 표준이 되었다. 본래 귀족 문화라는 게 18세기 신흥 부르주아들이 출현해 어쩔 수 없이 동거를 하면서, 그들만의 ‘우아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문화코드로 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상류층만의 독특한 ‘무언가’는 분명 존재한다.

다이애나비의 흔적을 간직한 켄싱턴 궁전
KENSINGTON PALACE

켄싱턴 궁전은 하이드파크(Hyde Park) 서쪽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곳이다. 이곳에는 그녀를 기리는 추모 포스터와 사진, 꽃 등이 아직도 끊이질 않는다.

의회 민주주의의 원류, 국회의사당
HOUSES OF PARLIAMENT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 옆에 있는 세계 민주주의의 산실이며, 명실상부한 영국의 상징 건물이다. 영국이 오늘날 민주주의의 모델과 같은 국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왕권과 귀족 사이의 갈등, 수많은 정쟁과 피비린내 나는 파벌싸움, 타협과 양보의 결과가 오늘날 영국식 민주주의로 안착한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궁전 북쪽 끝에 위치한 타워, 빅 벤(Big Ben),
높이 약 96m에 이르는 이 시계탑은 세계표준시를 가리킨다.
런던을 한눈에! 런던아이
LONDON EYE

비가 갠 뒤 런던아이 위로 쌍무지개가 떴다. 자세히 보면 아래 무지개와 위 무지개의 색깔 순서가 거꾸로다. 무지개 형성의 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런던아이는 템스 강(River Thames)변 주빌리 가든(River Thames) 내에 있다. 영국항공(British Airways)이 새천년을 기념해 만들어 2000년에 개장했다. 커다란 자전거 바퀴가 회전하면서 런던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한 바퀴를 도는 데 약 30분이 걸린다.

인류 문명의 보물창고, 대영 박물관
BRITISH MUSEUM

1759년 시민들에게 문을 연 최초의 박물관. 그리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등 고고학 유물들이 가득하다. 보유한 책도 5만여 권에 다다른다. 입장료는 물론 무료다. 서른 번은 넘게 이곳을 드나들었던 것 같다. 동서고금의 문명의 흔적들을 감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이집트 전시실. 이집트 카이로 박물관(Egyptian Museum)을 온 것 같다. 하루 종일 봐도 다 볼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면, 목표를 정해놓고 관람 하는 게 좋다. 필자의 경우에는 페르시아 유물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리스 로마 컬렉션 또한 대영박물관에서 가장 사랑받는 곳 중 하나다. 영국인 토마스 브루스 엘긴(Thomas Bruce Elgin)이 파르테논 신전(Parthenon) 일부를 떼온 엘긴 마블스(Elgin Marbles)를 정당하게 구입했지만, 거의 헐값에 들여와 아직도 그리스 정부와 소유권 분쟁 중이다. 영국 정부는 엘긴 마블스를 세계 관광객들이 공짜로 관람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정당히 구매했고 과학적으로 잘 보존하고 있다는 등의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프랑스가 이집트에서 가져온 걸 영국이 다시 전리품으로 뺏어온 로제타 석(Rosetta Stone)진품.
현대예술의 산실, 테이트 모던
TATE MODERN

얼핏 봐도 미술관 같지 않다. 화력발전소가 미술관으로 변모한 것이다. 19세기 말 제당업으로 큰 돈을 번 부자 헨리 테이트(Henry Tate)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뉴욕, 파리와 더불어 전 세계 아티스트들의 등용문이다.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작품이 전시돼 런던 방문 시 필수 방문지가 되었다. 미술관 6층 카페는 템스 강 건너편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최고의 뷰 포인트다.

낙서판도 미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커다란 돔, 세인트 폴 대성당
SAINT PAUL’S CATHEDRAL

1666년 런던 대화재(Great Fire of London) 후 1708년 새로 지어진 성당으로, 시티 지역의 대표 성당이다. 2000년 밀레니엄을 기념한 밀레니엄 다리(Millennium Bridge)가 만들어지 면서 템스 강을 가로질러 테이트 모던(Tate Modern)과 곧바로 연결됐다. 지하성당엔 나폴레옹(Napoleon)을 이긴 아서 웰링턴(Arthur Wellesley Wellington) 장군, 호레이쇼 넬슨(Horatio Nelson) 제독, 2차 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의 무덤이 있다.

영국이 더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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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 홈페이지www.royal.gov.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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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아이 홈페이지www.londone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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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 작가의 DSLR 여행기
신화로 가득한 그리스 크레타 섬으로 떠나다
이 환
#이환작가


에게 해(Aegean Sea)를 건너신화의 섬으로

이웃 섬 산토리니(Santorini)에서 크레타(Crete)로 넘어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에게 해를 건넌다는 것은 다른 바다 여행과 느낌이 달랐다. 파도를 가르며 크레타로 가는 뱃길 내내 가슴이 설렜다. ‘그리스인 조르바(Zorba the Greek)’에서 주인공 영국 작가 바실과 조르바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배 저편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이런 느낌을 느꼈을까? 그 책의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의 무덤이 있는 곳, 무수한 신화를 간직한 곳. 바로 크레타다.

에게 해(Aegean Sea)!이 이름도 그리스 신화에서 연유한다.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Theseus)의 아버지인 아테네 왕 아이게우스(Aegeus)가 에게 해의 근원이다. 아버지 아이게우스가 임신한 아내를 떠나며, 칼과 신발을 커다란 돌 밑에 묻었다. 그리고 아들이 태어나 돌을 옮길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이 징표와 함께 자신에게 보내라 부탁했다. 그의 아들이 바로 전설의 영웅 테세우스다. 테세우스는 성년이 되어 아버지가 있는 아테네로 갔다. 마침 아테네는 크레타와의 전쟁에서 패해 매년 괴물에게 바칠 공물로 7명의 처녀와 7명의 총각을 보내야 했다. 테세우스는 크레타로 건너가 모험 끝에 미궁 속의 괴물 미노타우로스(Minotaur)를 죽이고 아테네로 온다. 문제는 테세우스가 떠나기 전 아버지에게 성공하면 흰 돛을, 실패하면 검은 돛을 단다고 약속했는데, 승리에 취해 깃발 바꾸는 걸 깜빡 잊어버린 것이다. 검은 돛을 단 채로 돌아오는 배를 본 아버지는 절망에 빠져 절벽 밑으로 떨어진다. 비운의 아버지 아이게우스의 이름이 이 바다라니 기구하다.

화려한 문명과 슬픔의역사가 공존하다

에게 해 초여름 바람을 맞으며 네 시간 만에 다다른 섬 크레타. 기대와 달리 여느 섬보다 소탈하고, 한적하다.이라클리온(Iraklion) 항구는 이 섬의 중심지와 가장 가까운 항구다.

크레타는 화려한 문명의 발상지지만 에게 해의 이름만큼 슬픈 땅이기도 하다. 크레타는 1211년부터 베네치아로부터 지배를 받았다. 베네치아인들은 항구를 바라보고 구시가지를 감싸는 역삼각형의 성벽을 쌓았다. 그 이름도 ‘베네치아 성벽(Venetian city walls)’. 도시를 에워싼 5km의 요새는 오늘날 운치 있는 경관조명을 받으며, 여행자들에게 지나간 역사를 이야기해 준다.

이후, 크레타는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를 받는다. 1645년 크레타 전쟁 이후다. 그리고 1913년에서야 그리스 왕국에 돌아오는데, 아직도 터키계와 그리스계의 앙금은 남아있는 듯 하다.

이라클리온 구시가지 중앙에는 베니젤로 광장(Plateria Venizelou)이 있다. 이곳 출신 정치인 이름이라고 한다. 한낮의 열기를 식혀주는 반가운 물이 흐른다. 모로시니 분수(Morosini Fountain)다. 분수를 떠받치는 사자들의 모습이 단연 인상적이다. 15km 떨어진 곳에서 물을 끌어왔다고 한다.

한여름 이글대는 태양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거리엔 좀처럼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든 파격 세일 표시가 있어 물가가 서울보다 저렴하다. 이곳 역시 아테네처럼 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

태양이 서쪽 바다로 넘어갈 즈음이다. 다들 어디에서 있었는지 관광객과 섬사람들이 삼삼오오 항구 앞 레스토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에게 해 연안에서 난 과일과 해산물들이 풍성하다.

전설 속의 미궁,크노소스 궁전(Palace of Knossos)

크레타 섬의 최고 명소는 역시 크노소스 궁전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역사책에 등장하는 인류문명의 발상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설렜다. 그중의 하나가 그리스 문명보다 앞서 번창했다는 미노아 문명(Minos Civilization)*이다. 그리고 그 흔적이 바로 크노소스 궁전이다. BC 3650~BC 1170까지 융성했던 최초 유럽 문명의 발상지, 크레타 섬의 해양문명인 미노아 문명은 그리스 본토로 넘어가 미케네 문명(Mycenaean Civilization)*으로 발전됐다. 서양문명의 한 축이 이곳에서 시작된 것이다.

*미노아 문명

기원전 2700~1500년경 동안 번성한 그리스의 크레타 섬에 있었던 그리스 청동기 시대의 고대 문명. 20세기 초에 영국 고고학자 아서 에반스(Arthur Evans)에 의해 재발견되었다.

*미케네 문명

기원전 2000년경 북부 산지에서 남하한 아카이아인들이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구축한 고대 그리스의 해양 문명. 기원전 1600년경부터 크레타 문명을 받아들여 활발한 해상활동을 전개하여 기원전 1500년경에 이르러 지중해 동부의 해상권과 교역권을 모두 장악하였다.

크노소스 궁전은 이라클리온 항구에서 6km 정도 떨어져 있다. 버스로도 멀지 않다. 이 궁전은 BC 1700년경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낮은 언덕산 아래로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를 갖추고 있는데, 그 당시 24,000 제곱미터로 최대 5층 높이의 건물들이 있었다고 한다. 무려 1,300여 개의 방이 있었다니,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궁, 리비린토스(Libirinthos)가 충분히 있을 법하다.

미궁 속 괴물 이야기는 이렇다. 먼 옛날 제우스는 에우로페(Europe, 유럽이란 단어의 기원이 이 이름이다)라는 여인에 푹 빠져 그녀를 납치해, 크레타로 날아와 세 아이를 낳는다. 그 아들 중 하나가 미노스(Minoan)다. 제우스는 이후 에우로페를 크레타 왕인 아스테리온(Asterion)과 결혼시키고 자식들까지 양자로 준다. 이후, 성장한 미노스는 포세이돈에게 기도하고 황소를 얻은 후 크레타의 왕위에 오르는데, 포세이돈에게 받은 황소를 다시 제물로 바치겠다고 한 맹세를 지키지 않는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포세이돈은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Pasiphae)가 황소와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왕비는 왕궁의 설계자이자 발명가인 다이달로스(Daedalus)에게 부탁해 나무로 황소를 만들어 매일 황소와 노니는데, 이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반인반수의 괴물 미노타우로스(Minotauros)다. 미노스는 다이달로스로 하여금 지하에 복잡한 미궁을 만들어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고 매년 처녀와 총각을 제물로 바친다. 이 미궁은 한 번 들어가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다는 미로 감옥이지만 테세우스(Theseus)는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성공적으로 미로를 빠져나온다. 크레타에 도착한 테세우스에 반한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Ariadne)가 다이달로스에게 부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이달로스는 실타래의 실을 이용해 테세우스가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왔다.

신화의 흥미진진함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다이달로스는 이 일이 발각돼 아들 이카로스(Icarus)와 함께 탑에 갇힌다. 천하의 발명가는 아들과 함께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아들 이카로스는 태양쪽으로 너무 높이 날아 날개가 녹으며 추락해 죽게 된다. 다이달로스는 시칠리아로 도망가지만, 나중에 미노스가 보내온 군사에 의해 죽게 된다.

이곳의 물은 10km 떨어진 곳에서 흘러온다. 그 먼 옛날에 흙으로 구운 도관(테라코타, Terracotta)이 이미 발명됐으니, 당시의 건축기술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고도 남는다. 왕의 방에는 수세식 화장실도 있었다고 한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곳 유적 역시 이탈리아의 폼페이처럼 지진과 화산폭발로 땅속에 묻혀있었다. 폼페이보다 훨씬 오랜, 수천 년 동안 묻혀있었던 걸 1900년 영국의 고고학자 아서 에반스(Arthur Evans)가 발굴에 성공한다. 인류의 문화유산을 세상에 선사한 또 다른 영웅이다.

신화와 현실의 차이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실제 그리스 신화의 상당부분이 실제 유적지로 발견되었다.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에만 전해내려 온 이야기를 독일의 하인리히 슐리만(Heinrich Schliemann)이 발굴해 고대도시 트로이가 실제 존재했음을 세상에 보이지 않았던가?

그렇게 생각을 확장해간다면 정말 이 곳에서 제우스(Zeus)가 태어났을지도 모르겠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Ouranos)와 땅의 신 가이아(Gaea) 사이에서 크로노스(Cronos)가 태어난다. 크로노스는 아버지 우라노스를 쫓아내는데 우라노스는 <너도 결국 아들에게 쫓겨나게 될 것이다>라며 저주를 남긴다. 이를 두려워한 크로노스는 나중에 아내 레아(Leah)가 아이들을 낳는 즉시 삼켜버린다. 나중에 제우스를 임신한 레아는 아이 대신 돌덩이를 주고, 아들 제우스를 크레타 섬 동굴에 숨긴다. 이 아이가 신들의 신, 제우스다. 제우스는 성장해 아버지 크로노스를 찾아가 몰래 구토제를 먹여 삼킨 아이들을 다 토해내게한다. 그들이 하데스(Hades), 헤라(Hera), 포세이돈(Posseidon), 테메테르(Demeter) 등 유명한 그리스의 신들이다. 제우스가 숨어 자랐다는 그 동굴이 크레타 섬의 딕티안(Dikteon) 동굴이다. 이라클리온 중심가에서 동남쪽으로 60km 떨어져 있다. 오늘날도 매우 신성한 동굴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궁전의 백미는 벽에 장식된 프레스코화다. 돌고래, 소 같은 생동감 넘치는 동물들의 움직임과 다양한 남성,여성들의 모습으로 당시 문화와 생활상을 엿보게 한다.

여름의 태양은 이 곳도 예외 없이 뜨겁게 비춘다. 더위 속에서도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관광객들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를 찾아서

이곳에 힘들게 오게 된 이유 중 하나! 바로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 1883~1957)의 무덤을 찾아가는 것. 크레타 출신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로 세상에 알려진 작가. 그의 무덤은 이라클리온 도심에서 2km 떨어진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있다.

베네치아 성벽 옆 마르티네고 요새(Martinego Bastion)다. 2007년, 그리스 정부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서거 50주년을 맞아 기념 주화를 발행했을 정도니 그 유명세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비지땀을 흘리며 올라간 언덕 끝, 성벽 옆 정원이다. 의외로 소탈한 무덤에 오히려 방문자가 놀랐다. 나무 십자가 하나. 그리고 묘비 하나. 그리고 돌무덤! 바로 옆 잔디 위엔 아내 엘리니 사미우(Eleni Samiou)의 묘가 있다. 좀 더 붙어있었으면 좋았을걸…

그의 소설은 1964년 미카엘 카코야니스(Michael Cacoyannis)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더 유명해졌다. 안소니 퀸(Anthony Quinn)이 자유인 조르바 역을 맡았다. 능청스럽고도 세상에 초연한 그 조르바!

결혼 말인가요? 공식적으로는 한 번 했지요. 비공식적으로는 천 번, 아니, 3천 번쯤 될 거요. 정확하게 몇 번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수탉이 장부 가지고 다니는 거 봤어요?··두목, 당신의 그 많은 책 쌓아 놓고 불이나 싸질러 버리시구랴, 그러면 알아요? 혹 인간이 될지?-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그는 소설에서 수많은 조르바의'어록'을 남겼다.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나는 자유(自由)다.-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

그의 유명한 묘비명, 모르고 왔더라면 해독 불가의 돌덩어리였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낮의 더위를, 주변의 잡상을 떨칠 명문이다.

에게 해에도 밤은 어김없이 찾아왔다.문명의 흔적을 둘러보면서 또다시 머릿속으로 시간여행을 한다. 누군가 그랬다. 모든 것은 변한다고… 모든 것은 사라진다고…




이  환


'유랑'을 중심주제로 오지를 탐닉하는 지구별 여행자다.

학부에서는 심리학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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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 작가의 DSLR 여행기
에게해의 보석, 그리스 산토리니(Santorini)
이 환
#이환작가



에게 해의 보석 같은, 동화 같은 하얀 섬

산토리니
Santorini

우리네 대부분은 답답한 현실 안에 갇혀 살고 있다. 핸드폰이나 컴퓨터에 널려진 수많은 여행 블로그, 주말판 신문의 한편이나 여행사의 안내 책자에는 아름다운 여행지의 사진들이 장식된다. 하지만 내 평생 언제 한 번 갈 수 있을까 한숨 한 번 크게 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낙심과 기대가 섞인 채로… 필자도 녹록지 않은 직장생활 만 20년이 지난 뒤 보름이라는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어디를 갈까? 주저하지 않고, 마음속의 그림 같은 곳을 택하기로 했다. 바로 산토리니 섬.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산토리니(Santorini)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회자되고, 세계에서 한 해 수십만 명이 몰려드는 섬! 그리스식 이름은 티라(Thira)다. 13세기 베네치아인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성(聖) 이레나(Saint Irene)를 기리는 예배당을 지었는데, 그 성인 이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섬의 사람들 모두 모아도 13,000명의 작은 섬.

“죽기 전에 에게 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에게 복이 있다고. 에게 해만큼 쉽게 사람의 마음을 현실에서 꿈의 세계로 옮겨가게 하는 것은 없으리라.”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사실 이곳까지 오게 한 책이다. 작가의 고향이자 주된 배경인 크레타 섬은 바로 산토리니와 가까이 붙어있다. 복잡한 머릿속과 여기저기 구겨진 마음이 이곳에 가면 ‘조르바’의 자유로운 영혼을 닮아갈 것 같은 꿈을 가지고…

산토리니, 용암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하얀 집들, 파란색 교회당 위 지붕이 동화 속 같은 섬.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로 꼽힐 만한 매력이 분명 이곳에 있다.

아테네와 다른 고대도시들이 철학과 신화, 과거의 도시라면 이 섬은 동화 같은 낭만과 환상이 가득한 섬이다. 크레타와 산토리니 등 에게 해 섬사람들은 오랜 기간 강대국의 침략과 자연재해 속에서도 독특한 문화를 지켜왔다.

아테네(Athens)에서
산토리니(Santorini)로

아테네에서 산토리니로 가는 길은 비행기와 배편 두 가지! 여유가 있다면, 배를 타고 이 섬 저 섬 둘러보며 바닷길을 떠다니는 묘미도 있다. 자유인 조르바처럼! 이토록 아름다운 산토리니가 기원전 1,500년경 화산 폭발이라는 대재앙의 결과로 만들어진 섬이라는 건 아이러니다.

신항구에서 버스로 20분 가량 가면 피라(Fira) 마을을 만난다. 버스에서 내리니 가파른 절벽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에서 마을의 번화가로 가기 위해서는 588개의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편하게 오를 수 있도록 나귀와 케이블카가 있지만, 그만큼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렇게 절벽에 집을 지은 이유는 중세시대 에게 해 일대의 해적들이 섬사람을 잡아가고 곡물을 빼앗아갔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바다가 보이면서 침입하기 어려운 이곳을 피난처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땅속으로 들어간 곳에 참호처럼 집을 지어 세계적으로 독특한 건축양식이 되었다. 재료는 화산 폭발에서 나온 붉은 돌과 화산회 등을 이용했다.
섬은 초승달 모양이다. 섬 중심 마을인 피라(Fira)와 그 위 세계 최고의 저녁노을 뷰포인트가 있는 이아(Oia) 마을이 있다. 항구가 있는 올드 포트에서 피라까지 가는 방법은 세 가지. 걷는 것, 나귀 타는 것, 그리고 케이블카.

산토리니(Santorini)
중심 마을, 피라(Fira)

걸어서 가려면 580여 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걷는 쪽을 택했다. 따가운 햇살에 비지땀이 흘러도, 지그재그 수백 계단에 다리 근육이 조여 들어와도 보는 눈은 행복하다. 좁은 계단길 중간중간 나귀를 만날 때마다 기쁘게 길을 피해준다. 여기선 동물이 우선이다. 나귀에게 길을 양보할 때는 반드시 낭떠러지 쪽이 아니고, 건물 쪽으로 피해야 안전하다. 그때마다 관광객들은 나귀를 보며 신기한 미소를 던지지만, 아는지 모르는지 돌계단을 오르는 나귀의 모습은 제법 힘들어 보인다.

동화 속 같은 풍경이다. 하양과 파랑의 강렬한 색대비는 누구나 카메라를 들이대도 훌륭한 관광엽서 사진으로 나타난다. 그렇다. 이곳에선 누구나 사진작가가 된다.

아기자기한 상점들 하나하나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피라(Fira)를 지나
이아(Oia)로

피라 마을에서 20여 분 북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다시 가파른 용암 절벽에 수백 채의 파란 지붕의 하얀 집들이 옹기종기 매달린 것 같은 이아(Oia)가 나타난다. 피라가 북적북적하다면 이곳은 아담하고 조용하다. 디자인이 뛰어난 수공예품 가게, 성물 가게, 명품숍들이 여기저기 어우러져 있다.

산토리니 섬을 유명하게 만든 아틀란티스 서점. 이곳엔 <어린 왕자>, <그리스인 조르바>, <호밀밭의 파수꾼들> 등 알려진 책들의 초판본이 많다는 것. 물론 가격도 수백만 원 내외로 비싸다.

이 섬을 찾은 영국인 부부가 풍광에 매료돼 친구들과 만든 서점. 이아 마을에서 꼭 들러야 할 관광코스다.

섬 전체가 예술품과 디자인 그 자체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에 살고 있다.

붉은빛 절벽 아래엔 요트와 모터보트들이 즐비하다. 마을 광장에서 공연하는 무명가수. 이런 마을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평생 부르며 사는 그녀는 행복하다.

화산토가 천지인 이곳에도 포도밭이 있다. 진흙이 없어서 포도나무에 병충해가 드물어 없어 예로부터 품질 좋기로 이름난 와이너리가 많다.

동네 어귀의 공동묘지. 아름다운 이 마을을 가꾸고 일군 주인공들의 안식처.

“사람은 나이가 든다 해서 반드시 더 나아지지만은 않는다. 매사에 동요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조언을 건넬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만 반드시 지혜로워진다고도 똑똑해진다고도 할 수 없다. 너그러워 보일 때도 있지만, 그건 어떤 사실을 인정해서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서, 즉 무관심해서다”
-가쿠다 미쓰요, <무심하게 산다>중에서-

산토리니(Santorini) 최고의 뷰포인트,
굴라스 성채(Goulas Castle)

이아 마을을 돌다 보니, 사람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몰려간다. 굴라스 성채. 에게 해 최고의 노을을 볼 수 있는 최고의 뷰포인트다. 일찍부터 자리 잡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다. 카페와 리조트에 숨어있던 손님들이 삼삼오오 나오더니 난간과 테라스를 가득 메운다. 옛 로마의 전망대였던 성채(사실 다른 진짜 이름이 있다)가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는 곳으로 변했다. 한낮 바다를 뜨겁게 달군 태양은 서쪽 수평선 너머로 숨어들 기세다.

많은 사람이 묻는다. 만약에 다시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디냐고! 많은 이들은 단연 이곳 ‘산토리니 섬’을 꼽는다. 이곳에서는 세상 고민, 시름도 꿈도 기쁨도 마비된다. 세상 사람들이 정해놓은 시간을 정지시키는 ‘마력’이 있다.

북쪽 절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흰 집과 리조트들은 태양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분홍에서 붉음으로, 다시 검붉음으로 변한다. 어둠이 짙어갈수록 집들 사이에서 불빛이 새어 나온다. 또 다른 밤 풍경을 선물 받는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형언키 어려운 뿌듯함과 우울함이 뒤섞여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굿나잇! 산토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