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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즈디자이너, 윤홍미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패션계에서는 ‘잇백’이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들고 다닐 수 있는 희소성 낮은 잇백은 패션계에서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죠. 그렇게 잇백은 잇슈즈에 자리를 내어줍니다. 이제는 무엇을 드느냐보다 무엇을 신느냐가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놈-코어, 2015년에도 계속된다
놈-코어, 이 신조어는 신발뿐만 아니라 패션계 전반에 걸쳐 흐르고 있는 이슈입니다. 놈-코어는 ‘평범에서 찾는 비범함’을 뜻하는 것으로, 트렌디한 것을 따르지 않는 트렌드로 불립니다. 이러한 놈-코어의 영향으로 킬힐과 정반대 스타일인 낮은 굽으로의 회귀 현상이 나타납니다. 아디다스의 일명 ‘삼선 슬리퍼’는 가장 세련된 아이템이 되었고, 예전 인기를 끌었던 버켄스탁은 지난여름 내내 가장 뜨거운 아이템으로 떠올랐습니다. 이처럼 평범하다 못해 패션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슬리퍼와 샌들이 잇슈즈로 주목받는 것은 놈-코어 트렌드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이템은 드레시한 원피스, 와이드 팬츠, 재킷 등과 조화를 이루면서 새로운 슈즈 트렌드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킬힐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평범하지 않은 스니커즈 열풍도 놈-코어 트렌드와 함께 등장했습니다. 스니커즈 열풍을 이끈 것은 슬립온입니다. 덕분에 나이키의 덩크나 아디다스의 슈퍼스타 등 올드 스쿨 아이템이 다시 한 번 잇슈즈 대열에 합류합니다. 스타일을 위해 불편함을 감내하던 여성들도 편안하고 시크한 스니커즈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죠. 수백 만원 대에 호가하는 오트 쿠튀르 제품에서 다양한 스니커즈를 출시하면서 그 열기는 더 뜨거워졌습니다.
2015 S/S 트렌드 리포트
다가올 S/S 시즌 역시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아이템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활동적인 샌들과 스니커즈, 통 샌들, 로퍼, 레이스업 슈즈가 이에 해당하죠.이는 1970년대를 수놓았던 재패니즘과 메탈릭, 배드걸 룩과는 완전히 대비됩니다. 화려한 옷차림을 돋보이게 해주는 굽 낮은 신발의 반격이라 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디자인만큼은 더 화려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샤넬은 클래식한 디자인의 레이스업 샌들에 메탈릭 골드 컬러로 화려함을 더했고, 드리스 반 노튼은 스포티한 슬리퍼에 퍼 장식을 더해 고급스러움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발렌시아가는 구조적인 디자인의 통 샌들에 이국적인 가죽 소재로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했습니다.
보테가 베네타는 여성스러우면서 클래식한 의상과 매니시한 슈즈로 대비를 이루었죠. 토즈는 젯셋족을 연상시키는 루즈핏의 의상과 경쾌한 샌들로 세련미를 극대화했습니다.
이처럼 놈-코어 트렌드는 패션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한동안 사람들은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구분하는 독특함을 추구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평범함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삶의 여유와 가치를 중시하는 슬로우 라이프의 출현인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독특함을 추구하면서 편안함과 여유로움의 가치를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심리가 놈-코어 트렌드 속에 반영되었습니다. 2015년을 이끌 놈-코어 속에서 실용적인 디자인과 평범함의 가치를 발견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