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통해 사회를 바꾸는 뮤지션의 뮤즈
영국이 배출한 음악가 스팅(Sting)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모든 것을 갖춘 인물’입니다. 음악가든 아니면 사람이든 어떤 쪽으로 바라봐도 조금도 뒤지지 않는, 요즘 말로는 넘을 수 없다는 의미의 ‘넘사벽’이기 때문이지요. 시사주간지 <타임>이 그가 60살이 된 2011년에 환갑축하 인터뷰를 단행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뮤지션의 뮤즈가 된 남자, 스팅
음악가로서 그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천재’입니다. 일례로 2010년에 발표한 팝과 클래식의 환상적인 퓨전 앨범 <심포니시티즈>를 듣는 사람은 너무나 아름답고 흥분에 넘치는 그 천재적인 음악에 경탄을 금하지 못합니다. 밴드 ‘폴리스’ 시절부터 솔로 활동에서 거둔 히트곡을 클래식 오케스트라와 함께 새로이 편곡한 이 앨범은 스팅의 음악영역은 클래식을 넘나든다는 것을 증명해줍니다.
그는 못하는 음악이 없습니다. 장르에 대한 왕성한 식욕이라고 할까요. 밴드 폴리스를 1985년 무렵 그만 둔 이유도 그때까지 해오던 ‘록에 싱싱한 연료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당시 그는 “그 때문에도 뮤지션은 록 테두리를 넘어 아프리카 음악, 재즈 그리고 클래식을 겨냥해야 한다.”고 말했지요.
그가 ‘뮤지션이 사랑하고 인정하는 뮤지션’이 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진정한 뮤지션은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실험적으로 또 다채롭게 음악 스타일을 구사하는 인물이니까요. 그를 이제는 뮤지션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아티스트라고 부르지요. 평론가 앤서니 드커티스 말대로 그는 ‘위대한 작품을 쓰는 위대한 예술가’입니다.
뮤지션의 뮤즈가 된 남자, 스팅
|Sting – Fields Of Gold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되면 전파를 덮는 그의 곡 ‘황금 들녘’(Fields of gold)을 두고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 경(卿)은 “아무나 쓸 수 없는 이 시대의 명곡”이라고 찬사를 보낸 바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영화 ‘레옹’의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처연함의 극치를 보여준 곡 ‘내 마음의 모습’(Shape of my heart)을 빼놓을 수 없지요. 2003년에 우리의 월드스타 ‘비’가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취입했을 때, 또 그 무렵 인기 최정상이었던 팝스타 크레이그 데이비드가 ‘라이스 앤 폴’(Rise and fall)을 만들었을 때 모두 이 곡을 샘플링 했습니다.
|Sting – Shape Of My Heart
스팅은 이 곡을 비롯해 그의 대표작들인 선사하는 빼어난 멜로디 생산력은 물론 감각적이고도 세련된 리듬을 구성하는 역량 역시 타의 추종이 불가능할 만큼 탁월한 재능을 자랑합니다. 그의 최대 히트곡이라 할 ‘너의 발걸음마다’(Every breath you take)를 들으면 바로 인정할 겁니다. 1997년 한해를 휩쓸며 빅 히트를 친 퍼프 대디의 ‘널 그리워할 거야’(I’ll be missing you)는 바로 이 곡을 기초로 만든 힙합음악이지요.
아마도 이것은 그가 리듬이자 멜로디 악기인 베이스를 연주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대중음악의 톱 베이시스트를 뽑는 설문조사에서 늘 상위권에 꼽힐 만큼 베이스 연주 실력을 인정받습니다. 음악의 다양성을 보이려면 무엇보다 리듬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나야 하는데 그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인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생 2막, 배우 그리고 사회활동가로의 변신
갈수록 대중음악 분야에서 중요성을 더하는 ‘비주얼’ 측면에서도 그는 클래스가 다릅니다. 인간미 넘치면서 강렬한 개성을 지닌 외모 덕에 그는 1980년대 중후반 <모래언덕>, <플렌티>, <더 브라이드> 등 영화에 잇따라 출연, 배우로도 전성기를 누렸죠. 특히 <더 브라이드>에서 프랑켄슈타인이란 악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50대가 넘어서도 그의 공연장에는 언제나 ‘음악에 그리고 우월한 외모에’ 넋을 잃은 여성관객들이 객석을 점령하곤 했지요. 남자들은 그래서 늘 그에게 부러움과 시샘을 느낍니다.
이걸로도 충분한데 그는 정의를 위해 뛰는 사회의식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또한 발군입니다. 1980년대에는 국제사면위원회의 일원으로 인권평등과 평화를 메시지로 한 공연에, 아프리카 자선을 위한 <라이브에이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1997년에는 런던 로열 알버트 홀에서 열린, 카리브해 섬 몬세라트의 화산폭발로 인한 이재민을 돕는 자선공연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음악에만 빠져 세상사와 무관한 이기적 인간이 아니라 평등, 평화, 인류애, 정의와 같은 도덕적 가치와 소통하는 사회운동가입니다.
결정적인 것은 브라질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말레이시아 등에 걸쳐 있으며 지구촌의 산소 공급원 역할을 하지만 난(亂)개발로 인해 점차 파괴되어가고 열대우림(rain forest)과 그 지역 원주민을 위해 기금을 조성하는 비영리단체를 그의 아내인 트루디 타일러와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도 이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으며 매년 자선공연을 개회해오고 있지요.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한 그의 줄기찬 노력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콜롬비아의 한 청개구리 종(種)은 스팅의 이름을 따서 지어지기도 했습니다.
성실한 천재가 전하는 완벽한 조화의 음악
그는 음악으로 전 세계 음악팬의 ‘사랑’을 받지만 지속적인 사회활동과 사람 됨됨이 때문에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존경’의 수준을 보입니다. 이러니 모든 것을 갖춘 인물이 따로 없습니다. 2011년 <타임>지는 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한 명으로 스팅을 선정했습니다. 아티스트로서 그는 당연히 음악에 성실하게 임합니다. 나이 오십이 된 2000년대 이후에만 다섯 장의 앨범을 내놓았고 올해도 프랑스 여가수 밀레느 파머와 듀엣으로 ‘스톨른 카’를 발표했습니다. 이 곡은 프랑스 인기차트 정상에 올라 스팅 음악이력 최초의 프랑스 1위곡이 됐습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천재성과 더불어 성실성입니다. 흔히 이것은 이율배반적이지만 스팅의 경우는 완벽한 조화를 보입니다.
젊은 시절에 검은색과 노란색 줄무늬의 스웨터를 자주 입어 그게 마치 벌과 같다고 해서 그는 스팅이란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것도 노랑과 검정이라는 이질적인 색깔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이런 배합과 조화의 미덕을 바탕으로 느리고 빠름, 옛 것과 새로운 것, 밝음과 어두움 그리고 평범함과 특별함이 만나 어울림을 갖는 음악을 들려줍니다. 겸손과 성실성을 가지고 음악수요자를 놀라게 하고 감동을 창출하는 작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우리는 늘 스팅에 놀라고 감동합니다.
|TED2014 Sting – 내가 다시 작곡을 하게 된 방법
마지막으로 스팅이 직접 TED에서 진행한 강연 하나를 소개해 드립니다. 어린 시절, 조선소 근처에 살면서 항구에 있는 배들처럼 그곳을 떠나기만을 바라던 소년 스팅. 그를 다시 작곡할 수 있게 한 원천이 바로 그 시절의 기억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소박한 스팅의 무대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영상이니 꼭 한 번 감상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