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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차 여행 전문기자가 직접 추천한다!
당신의 다음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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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년간의 여행 취재. 굳이 헤아린다면 70여 개국에 700여 곳 쯤 되지 않을는지. 그런 내게 사람들은 묻는다. 어디가 가장 멋지던가요. 그런데 대답이 군색하다. 멋지지 않은 데가 단 한 곳도 없었으니. 그러면서 한 곳을 든다. 남태평양의 프렌치폴리네시아. 타히티는 5개 군도, 118개 섬으로 이뤄진 그곳의 한 섬이다. 폴 고갱이 숨진 그곳. 고흐와 헤어진 그를 여기로 이끈 것, 원시의 순수를 담은 색에 대한 갈증이었다. 타히티를 지상 마지막 여행지로 손꼽는 이유도 같다. 파도를 막아주는 산호, 그에 둘러싸인 섬, 호수처럼 잔잔한 라군 (Lagoon, 석호), 노래를 사랑하고 미소가 아름다운 원주민…. 거기에 럭셔리 리조트까지. 말런 브랜도가 한 섬을 선물하겠다는 왕조의 제안에 냉큼 원주민 처녀와 결혼한 것도, 그 아들이 거기에 하룻밤 1천만원짜리 호화 리조트인 ‘더 브랜도(The Brando)’를 연 것도 그래서다.


여행가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못 말리는 호기심, 단순 무식한 저돌성, 인공(人工)에 대한 태생적 불편감, 자연에 대한 경외 등등. 사막에 대한 동경도 그렇다. 내게 이걸 확인시켜준 이가 있다. 론리 플래닛 (Lonely Planet, 세계 최대 여행 안내서 독립 출판사) 창업자인 토니 휠러(71세)다. 홍대 앞 테라스 카페에서 한담 중 우린 둘 다 사막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유는 하나. 태초의 지구를 보는 듯한 감동이다. 사막에서는 바람이 주인이다. 언제인지, 어디선지 몰라도 바람은 사막을 훑으며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생명체의 존재도 바람이 몰고 온 습기와 안개, 비 덕분이다. 살아 있는 듯한 사구의 기하학적 패턴 역시 바람의 작품이다. 이탈리아 해변은 해운대를 연상시킨다. 도시와 바다를 잇는 비치, 거길 덮다시피 한 파라솔 풍경이 닮았다. 여행은 이런 통찰을 일깨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여행을 계속해야 할 이유다.



거친 삶과 생존의 무게를 발견하는 사막



사막에 대한 나의 열정은 미국 네바다주 모하비 사막에서 1년 거주로 이어졌다. 매일 차를 몰고 데스밸리(Death Valley) 국립공원과 밸리오브파이어(Valley of Fire) 주립공원, 애리조나 사막 지대를 누볐다. 그런 내게 사하라 사막은 경건함을 가르쳐준 스승이다. 아랍어 ‘사라(Sahra)’에서 온 사하라는 ‘광대한 땅’을 지칭한다. 사막이 아프리카 대륙의 31%나 차지하니 그럴 수밖에. 그럼에도 사막은 버려진 땅이 아니다. 삶의 현장이자 생존의 무대다.


알제리 남쪽 방향 1400km에 위치한 아드라르. 여기서 근 2m에 이르는 옥양목 하얀 스카프로 머리와 얼굴을 칭칭 두른 채 낙타를 타고 사구 횡단에 나섰다. 사막의 샘물은 사막 농장과 마을까지 흘려보내는 관개수로, 벌써 몇천 년째 이어진 유산이다. 그 생명수로 이 사막은 삶의 터전이 됐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의 문구 그대로다. 사막은 인간에게 극한의 인내를 시험하지만 그곳에서 태어나 죽는 이들은 사막을 경외하며 산다. 그래서 사막에서 신을 향한 경배는 누구보다 진솔하게 오늘도 이어진다.


세계 최대의 거울,볼리비아 우유니(UYUNI) 사막
세계 최대의 소금 사막인 우유니 사막. 지각 변동으로 솟아오른 바다가 2만년 전 녹아 호수가 되었다가 물이 전부 증발해 소금만 남았다. 우기가 되면 내린 비가 사막을 가득 채우면서 하늘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소규모 그룹으로 즐기는 이색 사막 체험,DESERT TOUR PROGRAMS
사하라와 모로코 사막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 프로그램마다 사륜 바이크, 트레킹, 낙타 타기, 하이킹 등 다양한 액티비티로 구성되었다. 야외에서 별을 보며 저녁식사를 하고 낙타를 타고 사막을 다니며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환상의 미식 여행,SAFFRON FARM
마라케시에서 조금 떨어진 아우리카에 위치한 ‘파라디스 뒤 사프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인 사프란을 유기농으로 재배한다. 사프란 농장을 거닌 뒤에는 직접 키운 사프란을 활용한 요리를 맛 볼 수 있다.



대륙의 박동을 느끼는 아프리카 오버랜드 트러킹



듬직한 랜드로버에 장총을 든 채 앞범퍼 돌출석에 원주민 사냥꾼을 대동하고 크루거(Kruger) 국립공원이나 게임 리저브(야생 동물 보호 구역)를 순회하는 사파리 투어. 그런데 놀이공원 사파리 투어와 다를 게 없다. 야생의 날것은 그렇게 맛봐서는 그 맛을 모른다. 그렇다면 오버랜드 트러킹(트럭을 이용한 육상 이동)이 제격이다. 화물칸에 좌석을 갖춘 캐빈을 올리고 캠핑 장비를 실은 개조 트럭으로 수천 km를 이동 하는 장거리 여행이다. 코스는 케이프타운을 떠나 남아공을 종단한 후 나미브 사막과 에토샤 국립공원(나미비아)을 거쳐 빅토리아 폭포(짐바브웨)까지 5,500km를 달리는 19박 20일 일정이다. 나미브 사막에서 은하수를 이불 삼아 잠드는 지극한 호사를 누렸다. 오카방고 델타에서는 칼라하리 사막에 흘러드는 오카방고강 내륙 삼각주(델타)의 특별한 자연을 수상(전통 목선 모코로 승선)과 육상(무인도 캠핑), 공중(경비행기 탑승)에서 체험했다. 에토샤 국립공원에서는 그 트럭으로 사파리를 한다. 밤새 사자 무리의 밥이 된 얼룩말 사체도 보고 초원을 수놓는 광경도 목도했다. 숙소는 캠프 사이트와 로지, 식사는 동행한 요리사가 해준다. 저녁이면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이걸 마시며 밤하늘의 별을 감상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감동적인 게 있었다. 더 이상 호수가 아닌 에토샤 팬의 지평선이다. 지름 480km 팬에서는 사방팔방이 모두 지평선. 거기서 깨달았다. 세상의 중심은 내가 선 여기, 바로 나인 것을. 경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빅토리아 폭포는 ‘모시 오아 투냐’(원주민어로 ‘포효하는 연기’)라는 원래 이름 그대로다. 하늘로 치솟는 물보라와 굉음 때문이다. 하늘에서 보니 폭포는 원자 폭탄 터지는 장면과 다르지 않았다.


탄자니아 세렝게티 상공을 누비는 경험,BALLOON SAFARI
동틀 무렵 열기구를 타고 세렝게티 평원을 떠다니며 한눈에 사파리를 즐길 수 있다. 울퉁불퉁한 길을 자동차로 달리는 투어보다 손쉽고 로맨틱하다.
남아공 국립공원 내 아프리카 사파리 리조트,SINGITA LEBOMBO LODGE
아프리카 최초의 국립공원인 크루거의 동쪽 끝에 위치한 호텔 ‘싱기타 르봄보 로지’. 미지의 땅에 들어선 고도화 된 문명의 휴식처다.
마하자라의 사냥터에서 즐기는 하룻밤,AMAN I KHAS
북인도 자이푸르 근처에 위치한 아만이카스는 10개의 텐트로 밀림 속에서 무리지어 자리한다. 꿈꾸는 오지 여행의 모든 것이다.



퍼스 바다에서 배우는 서핑의 미학


서핑은 바다를 정복할 수 없는 인간이 그걸 대신해 자기만족을 시도하는 무모한 도전이다. 그런 만큼 뿜어내는 아드레날린 양도 대단하다. 서핑의 핵심은 가장 큰 파도를 타는 것이다. 시작은 파도가 해변에 부딪쳐 되돌아오는 반사 파도와 충돌해 깨지는 시점이다. 포말로 바뀌기 직전의 파도 최상단에서 시작하는 서핑의 다운힐, 그건 순차적으로 깨지며 해변을 향해 돌진하는 파도의 안골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는데, 그 때의 희열은 평생 잊지 못할 만큼 극적이다. 인도양 퍼스(Perth)가 천국처럼 다가왔다. 서핑은 고독한 스포츠다. 기다림 자체가 희열의 원천이라서다. 하나의 완벽한 파도를 맞으려면 100개 처절한 기다림을 감내해야 한다. 퍼스 바다는 그런 기다림에 잘 어울릴 만큼 충분히 고독하다.


파도를 정복하기 위한 필수 APP,WINDFINDER APP
윈드파인더 앱으로 베니스 비치나 헌팅턴 비치 등 LA의 파도 상황을 알 수 있다. 이 앱은 풍속, 날씨, 파도의 높이와 방향 등 서핑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서핑 입문자를 위한 프로그램,SURFING CLASS
롱보드 챔피언이자 15년 동안 프로 서퍼로 활동한 테리 심스의 서핑 코칭 플랫폼 ‘테리 심스 서프’는 1:1강습이 원칙이다. 멕시코, 몰디브 등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서핑이 두렵다면 패들보트 & 카약을!PRIVATE COASTAL TOUR
서핑보다는 덜 격한 운동을 즐기고 싶다면 패들보트나 카약으로 프라이빗 투어에 도전할 것. 2시간 동안 해변을 투어하며 물개나 바다사자도 만날 수 있다.



내면의 성장을 위한 인도의 차크라



인도 갠지스강에서의 목욕은 힌두교인에게 축복이다. 그런데 구경거리로 바라보는 우리 여행자 눈에는 마땅치 않은 해프닝이다. 성스러운 물과 오염된 하수라는 인식의 차이다. 하지만 그 강을 크루즈선으로 여행한 이에게는 그 인식이 다르다. 세계 4대 문명을 일으킨 강물에 담긴 코드를 읽어내서다. 그건 우리에게도 축복이다. 신이 인간에게, 자연이 문명에 선사한. 그 강에서 먹고 자며 오르내리는 5일 동안 매일 아침 선상 요가는 그런 자연과 신의 선물을 성찰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세상을 바로 사는 방법.


그건 편견을 지우는 것이다. 저물녘, 크루즈선은 강변 작은 마을의 선착장에 정박했다. 이런 곳에서는 어떤 여행자도 볼 수 없다. 육로 여행 루트에 들지 못해서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강변을 뒤로하고 밀밭 사잇길로 산책 삼아 걷기를 10여 분. 그러다 다다른 곳은 힌두 사원. 성직자를 양성하는 기숙 신학교다. 그래서인지 기품만은 당당했다. 해넘이의 평화와 여유가 나를 명상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잠깐의 묵상. 정신과 육체의 합일을 통해 차크라(정신적 힘의 중심)를 찾는 힌두교는 윤회의 현생을 더 나은 다음 생을 위해 업을 쌓도록 이끈다. 요가는 그런 수행의 한 방편. 육체 수련으로만 받아들인 짧은 생각이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든다.



태양, 바다, 와인 삼박자를 갖춘 지중해 요트 크루즈



아말피 해안에 줄지은 마을 앞 해변은 늘 붐빈다. 요트로 거길 뜨는 건 그 때문이다. 지중해에서 요트는 인공 비치다. 닻만 내리면 거기가 나만의 전용 해변이니까. 그런 지중해의 요트에 스푸만테(Spumante,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는 절대 빼놓을 수 없다. 그것도 아스티(Asti, 북부 피에몬트 지역의 원산지)의 돌체(Dolce, 스위트)라면 더더욱 좋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새하얀 요트 갑판에 서서 향긋한 꽃향기를 코로 훑으며 얼음물에 채워 더더욱 발랄하게 상승하는 잔 속의 기포를 보노라면 지중해가 그리도 사랑스러울 수 없다. 그리고 들이켠 한 모금에 혀는 크림처럼 고운 거품에 덮이고 내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이런 외침이 터진다. ‘La Vita Dolce’(달콤한 인생, 1960년 이탈리아 영화 제목).


바다를 뒤로한 채 산 위로 차를 몰았다. 동화에나 등장할 법한 중세 마을 라벨로(Ravello)를 향해서다. 티레네해가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 마을은 음악가 바그너(1813~1883)와 그리그(1843~1907)도 다녀갔다. 바그너는 절벽 위 13세기 별장 빌라 루폴로에서 오페라 <파르지팔> 2막의 악상을 건졌다. 그리그는 입센의 요청으로 작곡에 착수한 ‘솔베이지의 노래’ 멜로디를 여기서 찾았다. 그리고 나는 한여름 밤에 빌라 루폴로 정원에서 지중해를 무대로 펼쳐지는 바그너 페스티벌이란 특별한 이벤트를 발견했다. 주렁주렁 열린 레몬 껍질을 두툼하게 벗겨 증류주에 넣어 만드는 리큐어 리몬첼로(Limoncello)도 함께.


최고급 럭셔리 요트로 즐기는 루트1~7 DAY YACHT TOUR
하루 8시간 동안 진행되는 럭셔리 요트 투어. 카프리, 카프리&아말피 해변, 나폴리만의 3가지 옵션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요트 투어를 할 수 있다.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해변에서 보내는 시간 PALAZZO A MARE
늦은 오후에 요트를 타고 마리나 그란데 지역에 위치한 팔라초 아 마레로 향해보자. 공공 해변에 비해 사람이 적어 아늑하게 해변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