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SSG LIFE/COLUMN
이마트의 리얼한 마케팅 이야기
약은 약사에게, 광고는 TV에게?
최훈학
#최훈학마케팅담당


광고인들에게 TV는 최고의 광고 매체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여기서 최고란, 효과뿐만 아니라 비용 또한 최고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요 근래 모바일 시대가 시작된 후 TV 광고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TV광고, 단점이 더 많다?


마케팅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담당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TV 광고는 효과가 좋지만 몇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먼저, 시간이 짧아 원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TV 광고 계좌는 15초 단위로 판매됩니다. 15초는 광고주 입장에서 브랜드와 상품 중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짧은 시간이며, 그마저도 충분치 않습니다.


또한, 시청하는 고객이 광고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식하도록 만들기가 어렵고, 리모컨 사용으로 채널 변경이 잦아지면서 그나마 광고를 제대로 보는 분들도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과거 TV가 주력 매체일 때처럼 시청자가 보여주는 것만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TV 광고는 다른 매체와 비교해 심의가 까다롭고 고객의 연령대나 성별 등 타깃을 명확하게 잡기 어렵다 보니 소재를 재미있게 풀어가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TV 광고는 TV 광고대로 제작하고 모바일 바이럴 광고는 별도로 제작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럴 경우 제작비 증가의 부담이 따르겠죠.


무엇보다 광고주 스스로가 TV 광고에 대해선 유독 자기 검열이 심한 것도 재미있는 광고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최고경영진이 TV를 보다가 자기 회사 CF가 나오는데 모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죠. 때문에 TV 광고의 경우 마케팅팀과 광고대행사가 작업한 후 최고 경영층까지 보고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다 보니 보고가 올라가면서 사람들의 연령대가 높아지게 되고, 그 결과 타깃은 넓어지고 반감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 (물론, 이 부분이 재미있는 요소이기도 합니다.)는 제거되어 처음 기획과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본 광고 자료 중에 광고주의 계속되는 요구사항으로 인해 광고가 망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이 있습니다. 광고인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영상입니다.



일본 초밥 브랜드 '긴노사라' 아이데이션 광고



좋은 TV광고가 만들어지기까지


그렇다면, 좋은 TV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론, 이것은 TV 광고 뿐만 아니라 모든 광고에 적용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광고 제작과정을 광고주와 대행사의 관계로만 보지 않고 실무적인 역할로 분담해 보면 됩니다. 마케팅리더, 마케팅실무자, 광고대행사 각자가 자기 역할에 충실할 때 좋은 광고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광고에 대한 모든 결정은 결국 광고주 즉, 회사 최고경영진에서 내립니다. 앞서 일본 광고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광고 제작과정에는 수많은 의견이 존재합니다. 각자 연령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기 때문이죠. 마케팅 리더의 역할은 이러한 과정들을 매끄럽게 조율해 여러 의견을 수렴한 후 광고의 콘셉트와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조화롭게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광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위험 요소들을 관리하는 것도 필수적인 일입니다.


* 광고 크리에이티브(advertising creative)

광고의 창작과정을 뜻하는 용어로 광고기획 과정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출처 : 위키피디아)


마케팅 실무자의 역할은 광고대행사의 크리에이티브와 실제 광고하고자 하는 상품, 서비스가 잘 매칭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크리에이티브가 잘 전달되도록 현장을 디테일하게 챙기는 일 역시 가장 중요합니다. 광고대행사가 크리에이티브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만약, 현실에서 마케팅 리더가 본인의 역할을 망각하고 광고대행사의 크리에이티브 내용을 본인의 취향대로 바꾸는 데 집착하거나 예산, 의사결정 문제를 실무자에게 미루게 되면, 그 결과 광고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TV광고의 왕좌를 넘보는 바이럴 광고


이마트는 2017년 하반기에 피코크 티라미수 TV 광고와 바이럴 광고를 제작하여 운영하였으며 광고 후에 매출이 광고 직전 대비 300% 이상 신장하였으니, 일단 광고는 성공적이라 평가하고 있습니다.



[PEACOCK] 티라미수 케이크 : 자매편


[PEACOCK] 티라미수 케이크 : 비밀연구소편



TV 광고를 런칭하고 난 후 그 자체로 인지도나 매출을 많이 끌어올렸지만, 짧은 메시지 전달의 아쉬움이 있어 바이럴 광고를 추가로 제작하였습니다.



[이마트] PEACOCK TIME! 서현을 춤추게 한 피코크 티라미수!



아이돌 스타 서현을 모델로 한 티라미수 광고는 풀버전 및 인스타그램용 1분 버전, 극장광고용 30초 버전 등 TV를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졌음에도 기획, 음악, 안무, 상품 메시지가 아주 조화롭게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에서도 현재 백만 뷰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잘 만들어진 광고 영상은 그 자체로도 파급력을 가져 TV 못지 않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TV 광고의 힘은 강하고 그 힘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SNS 중심으로 전파되는 1분 바이럴 광고 역시 그에 못지않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만 좋다면 시청자가 능동적으로 선택해서 볼 수 있으며, 정해진 프로그램 사이에 15초 단위로 방영하는 TV 광고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 어찌 보면 광고의 본질에 더 가까운 것이지 않을까요? 콘텐츠의 힘이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이마트 최훈학 마케팅 담당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IDEA와 MONEY의 사이에서,

회사와 고객의 사이에서

항상 방황하는 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