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SSG LIFE/웹진
Beyond
오늘, 과거 속에서 미래를 만나다

한때 우리는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낡고 오래된 것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는 생각에서였죠. 그런데 여기 과거를 되살려 오늘의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공간이 있습니다.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멈추게 하는 곳,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그곳으로 지금 여행을 시작합니다. 글 박근희 / 프리랜스 작가 사진 문형일, 이진하

한때 우리는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낡고 오래된 것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는 생각에서였죠. 그런데 여기 과거를 되살려 오늘의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공간이 있습니다.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멈추게 하는 곳,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그곳으로 지금 여행을 시작합니다. 글 박근희 / 프리랜스 작가 사진 문형일, 이진하

제2의 전성기로 새로운 100년을 꿈꾸는 1913 송정역시장

여행의 시작은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1913 송정역시장’입니다. 시장의 공식 명칭에서 ‘1913’이라는 숫자는 시장이 문을 연 해를 가리키죠. 시장은 1913년부터 줄곧 한 자리에서 광주 시민들의 삶과 함께해 왔는데요. 103년의 오랜 역사를 품은 이곳이 최근 핫 플레이스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제2의 전성기로 새로운 100년을 꿈꾸는
1913 송정역시장

여행의 시작은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1913 송정역시장’입니다. 시장의 공식 명칭에서 ‘1913’이라는 숫자는 시장이 문을 연 해를 가리키죠. 시장은 1913년부터 줄곧 한 자리에서 광주 시민들의 삶과 함께해 왔는데요. 103년의 오랜 역사를 품은 이곳이 최근 핫 플레이스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낡은 거리와 건물은 새로이 단장되고 청년 상인이 하나 둘 들어오며 시장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죠.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현대적으로 변화한 정미소 ‘개미네 방앗간’, 쌍둥이 자매가 운영하는 ‘고로케 삼촌’, 분식점 ‘계란밥’, 문구점 ‘역서사소(여기서 사세요)’ 등이 대표적이죠. 지난 10월에는 ‘할로윈 파티’가 열려 재미있는 분장을 한 청년 상인들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장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단순히 먹을거리만이 아닌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손님의 발길을 잡고 있습니다. 주말 하루 평균 방문객만 5천 명에 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낡은 거리와 건물은 새로이 단장되고 청년 상인이 하나 둘 들어오며 시장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죠.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현대적으로 변화한 정미소 ‘개미네 방앗간’, 쌍둥이 자매가 운영하는 ‘고로케 삼촌’, 분식점 ‘계란밥’, 문구점 ‘역서사소(여기서 사세요)’ 등이 대표적이죠. 지난 10월에는 ‘할로윈 파티’가 열려 재미있는 분장을 한 청년 상인들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장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단순히 먹을거리만이 아닌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손님의 발길을 잡고 있습니다. 주말 하루 평균 방문객만 5천 명에 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981년 연수상회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고로케삼촌’
전라도 사투리를 모티브로 한 아이디어 상품점 ‘역서사소’

송정시장에는 오랜 역사와 함께한 가게도 많답니다. 40년 경력의 재단사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라 의상실’, 3대째 장사를 이어가는 ‘둥지농협홍삼’, 1982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닭을 튀겨내는 ‘매일닭집’, 46년 된 ‘현대식육점’ 등이죠. 이렇게 1913 송정역시장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공존하며 광주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답니다. 무엇보다 이곳에 불어 온 변화의 바람은 또 다른 100년을 꿈꾸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40년 경력의 재단사 부부가 운영하는 ‘1913 송정역시장’의 ‘라 의상실’
1970년대의 모습을 입구에 걸어놓은 ‘현대식육점’
가장 오래된 방아 기술과 함께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우량제분소’
1920년에 건축된, 시장 내 가장 오래된 건축물

과거를 트렌드로 이끈 젠틀몬스터

오래된 것의 가치를 간직한 공간이 또 있습니다. 안경 전문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새로운 매장을 열 때마다 독특한 콘셉트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서울 종로구 계동에 문을 연 4번째 쇼룸의 콘셉트는 ‘배스 하우스(Bath House)’, 즉 목욕탕이었습니다.

과거를 트렌드로 이끈 젠틀몬스터

오래된 것의 가치를 간직한 공간이 또 있습니다. 안경 전문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새로운 매장을 열 때마다 독특한 콘셉트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서울 종로구 계동에 문을 연 4번째 쇼룸의 콘셉트는 ‘배스 하우스(Bath House)’, 즉 목욕탕이었습니다.

이곳은 오랜 시간 ‘중앙탕’ 이라는 이름의 공중 목욕탕이 있던 자리인데요. 젠틀몬스터는 ‘옛 것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것으로 탄생시킨다’라는 콘셉트로 50년 넘게 계동을 지킨 목욕탕을 탈바꿈시켰죠. 우선 목욕탕의 전체적인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간판, 타일, 보일러 등 세월의 흔적이 드러나는 설치물도 버리지 않았죠. 대신 콘크리트가 노출된 벽면에는 선반을 설치해 안경과 선글라스를 전시하고 곳곳에 전신 거울을 두어 쇼룸의 정체성을 살렸습니다.

이곳은 오랜 시간 ‘중앙탕’ 이라는 이름의 공중 목욕탕이 있던 자리인데요. 젠틀몬스터는 ‘옛 것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것으로 탄생시킨다’라는 콘셉트로 50년 넘게 계동을 지킨 목욕탕을 탈바꿈시켰죠. 우선 목욕탕의 전체적인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간판, 타일, 보일러 등 세월의 흔적이 드러나는 설치물도 버리지 않았죠. 대신 콘크리트가 노출된 벽면에는 선반을 설치해 안경과 선글라스를 전시하고 곳곳에 전신 거울을 두어 쇼룸의 정체성을 살렸습니다.

우선 목욕탕의 전체적인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간판, 타일, 보일러 등 세월의 흔적이 드러나는 설치물도 버리지 않았죠. 대신 콘크리트가 노출된 벽면에는 선반을 설치해 안경과 선글라스를 전시하고 곳곳에 전신 거울을 두어 쇼룸의 정체성을 살렸습니다. 이 가운데 젠틀몬스터의 브랜드 정서인 ‘창조된 보존’을 한 눈에 보여주는 것은 ‘타임 트랜스포메이션’입니다.

‘타임 트랜스포메이션’은 일종의 설치물로 쇼룸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샹들리에 같은 조명이 그 주인공입니다. 1층에 설치된 기계가 물을 움직여 운동에너지를 만들고, 운동에너지는 다시 전기에너지로 전환됩니다. 이 전기에너지는 쇼룸에 은은한 조명을 드리우는 162개의 전구를 밝힙니다. 이처럼 젠틀몬스터는 남겨진 것과 새로운 것의 공존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인쇄골목과의 공생 문화예술창작공간

을지로에 위치한 산림동 골목은 1970년대 산업화 붐과 함께 철공소, 자재상, 인쇄공장 등이 자리를 잡은 곳입니다.

인쇄골목과의 공생
문화예술창작공간

을지로에 위치한 산림동 골목은 1970년대 산업화 붐과 함께 철공소, 자재상, 인쇄공장 등이 자리를 잡은 곳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제조업이 쇠락하자 상인들은 하나둘씩 산림동을 떠났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예술가들이 빈 공간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고 산림동 골목은 예술창작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을지로 일대에 50여 곳에 달하는 작가들의 작업실과 전시장이 들어섰다고 합니다. 이들은 이곳에서 예술과 지역이 공생하는 문화 운동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죠. 회색의 을지로에서 만나는 문화예술공간은 무척이나 생경하지만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끌며 새로운 대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설 속의 아날로그,
디지털에서 답을 찾다

과거와 오늘을 이어 미래를 만드는 가치는 공간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의 기술력으로 어제의 감성을 담아내는 사람, 물건, 문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은 기술로, 기술은 다시 사람으로 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잡음마저 새로운 턴테이블의 귀환
‘턴테이블’의 시간은 거꾸로 가는 듯 합니다. CD조차 MP3 음원에 밀려 사라진 지 오래인데 턴테이블이라뇨. 그러나 놀랍게도 턴테이블을 소환한 세대는 정작 턴테이블과 LP판을 한번도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젊은 세대들입니다. 2016년 6월에 열린 서울레코드페어에는 8천여 명의 ‘LP덕후’들이 몰렸습니다. 브로콜리너마저, 김오키, 김사월x김해원 등 인디가수들은 아예 한정판 LP를 발매하기도 합니다. 인디가수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이유, 원더걸스같은 대중가수들도 LP로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이런 LP열풍에 힘입어 일본의 가전제품회사 소니는 최근 특별한 턴테이블을 출시했습니다. 이 턴테이블은 LP만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LP음원을 MP3 파일로 추출해 컴퓨터, 카오디오, 핸드폰 등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리핑(Ripping)기능도 지원합니다. LP레코드를 턴테이블로 재생할 때 들리던 ‘지지직’거리는 잡음마저 재현했다고 하는데요, 그 덕분에 ‘전설 속의 아날로그’를 찾아 헤매는 젊은 세대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사라진 과거 필름의 감성 재현

필름카메라만 줄 수 있는 감성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필카의 ‘느낌’을 재현한 카메라들이 각 브랜드 별로 출시되고 있는데요. 필름의 명가라 불리는 후지사는 오래된 필름카메라의 외관을 재현한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카메라, 외관뿐만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필름 시뮬레이션이라는 모드가 탑재돼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보정프로그램이 아니라 필름 이름을 그대로 딴 벨비아, 아스티아, 프로비아 등의 필름모드를 탑재해 필름카메라의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필름 시뮬레이션으로 찍은 사진을 Wi-Fi 기능을 통해 바로 SNS에 공유할 수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총체인 격입니다. 필름은 이제 단종돼 사라진 과거가 됐지만 최첨단을 걷는 기술이 다시 과거를 재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