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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겨울은 여느 해 보다 더 추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유난스러운 추위가 이어지는 날이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스파 생각이 간절한데요. 아름다운 자연경관, 독특한 실내 건축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세계 곳곳의 스파 휴양지를 소개합니다. 눈으로 떠나는 스파 여행으로 추위에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보세요. 글 전형진 / 프리랜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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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_신비하고 아름다운 경관으로 연인들의 여행지로도 유명한 파묵칼레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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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터키의 파묵칼레 온천은 정말 독특합니다. 절벽의 한 면은 하얗게 빛나는 석회층이 빼곡히 채웁니다. 석회를 머금은 물이 벽을 타고 흐르며 석회층이 쌓여 특이한 무늬가 만들어졌습니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석회층은 물과 함께 청아하게 빛납니다. 신기한 것은 이 석회층의 물이 하루에도 여러 번 색이 바뀐다는 점입니다. 푸르던 물은 희게도 되고, 해 질 녘엔 붉은 빛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파묵칼레를 방문할 때는 꽤 오랜 시간 머무를 준비를 하고 와야 합니다. 이런 신비한 분위기 때문에 기원전 130여 년 전부터 기적을 바라는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아와 아픈 몸을 온천수에 담그고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실제로 산화칼슘이 많이 함유돼 있어 신경통 치료에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또 파묵칼레는 클레오파트라와 그의 연인 안토니우스가 망중한을 즐긴 여행지로도 유명한데요. 이번 겨울,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얗게 빛나는 파묵칼레로 떠나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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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_화산재가 굳은 땅 위에 있어 지상낙원 같은 경이로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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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는 화산의 나라답게 온천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수도 레이캬비크에 인접한 블루라군은 5,000㎡에 달하는 크기로 거대함을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해수온천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블루라군의 크기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큰데다, 화산재가 굳은 땅(라바필드) 위에 덩그라니 놓인 모습이 마치 지상낙원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블루라군은 온천 곳곳에 쌓여있는 하얀색의 실리카 머드로도 유명한데요. 얼굴이나 몸에 바른 후 5~10분 뒤 씻어내면 금세 부드러워진 감촉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피부미용에 탁월하다고 합니다. 한편 아이슬란드인들은 블루라군을 가장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외부 기온으로 ‘너무 추워서 이가 딱딱 맞부딪칠 정도인 영하 10℃’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이유는 얼음처럼 차가운 대기와 40℃에 이르는 아늑한 온천수의 대비는 ‘불가항력’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해가 지지 않는 아이슬란드의 백야에서 푹신한 머드와 함께 즐기는 뜨거운 스파, 생각만 해도 설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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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온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일본 여행을 빠트릴 수는 없겠죠? 그중 전통적인 온천도시로 유명한 규슈(九州)섬의 벳부(別府)는 마을 전체가 온천이라 불릴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벳부 온천의 또 다른 이름은 지옥인데요. 벳부의 모든 곳에서 희뿌연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기묘한 광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수증기로 가득한 벳부를 보고 ‘지옥’을 연상했고, 여전히 벳부의 주요 온천은 ‘지옥온천’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크게 9개소로 구성된 지옥온천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황산철로 인해 투명한 푸른색을 띤 ‘해(海)지옥’과 수증기 자체가 붉은 색을 띠고 있는 ‘혈(血)지옥’인데요. 지옥이란 이름과는 다르게 피부병과 노화 방지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 일 년 내내 온천욕을 즐기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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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신베이터우 지역의 온천마을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할배들이 대만 배낭여행 중 온천을 즐긴 곳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베이터우 온천수가 유명한 이유는 바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만에만 있는 광석인 베이터우석 때문입니다. 베이터우석에는 방사성 라듐이 함유돼 있어 신경통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한편 온천수의 진원지인 디러구(지열곡, 地熱谷)에 가면 펄펄 끓어오르는 온천수를 볼 수 있습니다. 또 신베이터우 온천마을에서는 고급 호텔 스파부터 저렴한 가격의 대중 노천 스파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쉽고 편하게 스파를 즐길 수 있어 여행객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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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_폭포샤워, 마사지 제트 등 온천을 활용한 다양한 레저시설
눈 덮인 알프스 산맥 속 아담하고 예쁜 마을 로이커바드. 스위스 남쪽 부근에 위치한 이 마을은 체르마트, 인터라켄과 같은 스위스의 주요 관광 도시와도 가까워 여행 중간 여독을 풀기 위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대표 휴양지입니다. 고대부터 로마인들이 스파를 위해 즐겨 찾았던 것으로 유명한 이곳은 온천수에 칼슘과 유황성분이 풍부해 피부 미용에도 좋다고 하네요. 더불어 광활하게 펼쳐진 설원을 배경으로 한 노천 스파는 영화 속 한 장면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호텔마다 고급스러운 리조트뿐만 아니라 폭포샤워, 마사지 제트, 워터 슬라이드 등 다양한 레저 시설도 갖추고 있어 여행객들의 오감만족을 책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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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_온천을 즐기며 체스나 독서 등 여유를 누리는 여행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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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는 국토의 2/3를 온천으로 개발할 수 있을만큼 온천에 최적화된 나라입니다. 헝가리 온천의 역사는 로마인들의 침입에서 비롯합니다. 로마인들이 헝가리에 목욕탕을 만들며 시작된 스파의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지며 헝가리를 ‘온천왕국’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부다페스트는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수 덕분에 온천파티가 열릴 정도로 유명한 온천도시입니다. 세체니 온천이 대표적인데요. 세체니 온천 외부는 네오바로크 양식, 내부는 로마양식으로 화려하게 건축돼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다고 하네요. 이곳은 남녀 혼탕으로 수영복을 입어야만 입장할 수 있으며, 온천 곳곳에서는 체스를 두거나 선베드에 누워서 책을 보며 여유를 즐기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