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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 작가의 DSLR 여행기
히말라야에서 만난 사람들, 파키스탄 편
이환 작가
#이환작가




낯선 땅에서 만나는 아이의 웃음, 그리고 각자의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여행의 의미는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히말라야 2,400km, 시간(時間)…. 그리고 기다림




2011년에서 2012년 초까지 파키스탄, 인도, 네팔에서 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히말라야 산맥은 직선 거리로 무려 2,400㎞나 된다. 서쪽 끝 파키스탄 카라코람 히말라야에서 인도 히말라야와 네팔을 거쳐 칸첸중가가 있는 인도 시킴까지 카메라를 동무 삼아 발품을 팔았다.






지구에는 여러 형태의 삶이 존재한다. 다른 이의 삶을 경험하고 돌아보는 것은 여행의 매력이다. 이 척박한 땅의 풍경과 사람 속에서 내가 담고 싶은 것은 시간과 기다림이었다. 거대한 히말라야 자연(自然)은 그 자체가 ‘시간’이었고 ‘기다림’이었다. 기다림의 시간은 고통스럽기도 하다. 때로는 척박한 돌과 얼음길을 의연하게 한 발 한 발 헤쳐 나가야 한다.



순수의 땅에서 만난 사람들





북파키스탄 산간도시 치트랄 읍내에서 본 거리. 상점 앞에서 뭔가를 질문하는 노인과 그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길이 앙증맞다.

첫 번째 이야기는 파키스탄 히말라야다. ‘순수한 땅’을 의미하는 이곳은 몇몇 곳을 제외하면 알려진 만큼 위험하지는 않다. 물론, 자연은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곳이다. 해발 8,000m 이상인 히말라야 14좌 중 5개(K2, 낭가 파르바트 Nanga Parbat, 로드 피크 Broad Peak, 가셔브룸 Gasherbrum Ⅰ, Ⅱ)가 이곳에 있다.


히말라야의 서쪽 끝 힌두쿠시 산맥을 가장 빠르게 찾아가는 방법은 항공편이다.





그녀의 이름은 샤닐라. 내가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11살 원주민 소녀가 이제 원숙한 여인이 되었다. 당시 고산증이 찾아와 내려간 마을에서 처음 만난 원주민 아이가 바로 샤닐라이다.





고산증에 시달린 나를 맞아 준 북파키스탄 부니 마을. 처음 만난 외지인 주변을 맴돌던 소녀들의 이름은 메위시, 메라즈, 라일라, 알리샤, 샤닐라… 자세히 물으면 모두가 친척 관계로 얽혀있다. 실크로드 근처로 동서양의 교류가 많았던 이 지역 사람들의 외모에서도 이를 발견할 수 있다.


치트랄에서 산길을 차로 두 시간 정도 달리면 아프카니스탄 접경에 ‘칼라시’라는 마을이 있다. 독특한 전통의상을 고집하고, 독자적인 언어와 종교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이 곳을 방문한다는 건 의미있어 보인다. 칼라시 계곡은 파키스탄 정부 관광 홍보 책자에 단골로 다뤄지는 지역이다. 전통 복장을 입은 칼라시 여인들의 모습은 홍보 사진의 메인으로 등장한다.









낭가파르바트 산에서 차로 한 시간 떨어진 라마호수에서 폴로경기가 열렸다.

폴로는 이 지역에서 매우 인기있는 스포츠다.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 만으로 이곳이 이슬람 땅임을 실감할 수 있다.





남성들이 운동장 주변에서 응원에 열을 올리는 것과 달리 여성들은 아이들과 함께 뒤편 산 위에 앉아 차분히 경기를 지켜본다.





전반전이 끝나자, 여성 정치인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언덕에 모여있는 여인들에게 다가갔다. 이 지역의 유력 여성 정치인 사디야 장관이다(사진 맨 아래). 조용히 경기를 관람하던 이슬람 여인들은 사디야 장관이 나타나자 환호성을 지르며, 흡사 소녀 팬들처럼 흥분했다.









치트랄에서 길기트 넘어가려면 해발 3,800m의 산두르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돌산이 병풍처럼 휘감은 이 인적 드문 산촌마을에서 한 소녀가족을 만났다. 아홉 살 소녀 샤나이 굴샨의 가족이다.





목동의 딸인 샤나이의 손과 발은 고산 추위에 온통 부르터 있다. 아이의 마음을 얻고 싶어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보여줬지만, 굴샨은 눈만 휘둥그래질 뿐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헤어지는 길 십여 미터를 가다 뒤돌아보니, 샤나이는 엄마에게 사진을 보이며 활짝 웃고 있었다. 어디를 가든 아이는 아이, 기분 좋은 헤어짐이다.





낭가파르밧 올라가는 중턱에서 만난 꼬마들. 부모가 들판에서 감자를 수확하는 동안 꼬마들은 바위 위에서 끼리끼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소년들은 얼마나 자랐을까?




파키스탄 남부

시골 마을로 가는 길




파키스탄 남부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소금광산 ‘큐라’가 있다. 수십만 년 전 바다가 치솟아 올라왔을 때 그 바닷물이 말라 소금광산으로 변한 것이다. 위 사진은 소금 조각으로 장식해 조명을 비춰 장식한 동굴을 저속셔터로 표현한 것이다.





파키스탄 시골길에서 만난 달구지와 화물트럭. 과거와 현대의 교통수단을 같은 시공간에서 보니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히말라야의 트럭은 국가를 불문하고 화려한데 그 중 으뜸은 파키스탄 트럭이다. 차 가격보다 장식 비용이 더 크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거의 모든 트럭 뒤엔 ‘Horn Please’, ‘Blow Horn’이라고 쓰여 있다. 이곳에서는 경적을 자주 울리는 게 상대방에 대한 예의다.





길기트에서 북쪽 중국 방향으로 달리면 카라코람 하이웨이 (KKH)가 나온다.

이 길을 세 시간 달리다 큰길을 따라 빠지면 아담한 언덕 마을 훈자(지도 상의 명칭은 칼리마바드 Kalimabad)가 나타난다.

국내의 한 광고에도 등장한 장수 마을이다.





훈자 마을 뒤쪽으로는 형태가 멋지기로 유명한 레이디 핑거 Lady finger를 만날 수 있다(위 사진). 여인네의 뾰족한 손가락을 닮아서 지어진 이름이다. 레이디 핑거 뒤로는 울타르 피크가 수호신처럼 버티고 있다.




예전방식을 이어 살아가는 훈자 마을 사람들




훈자마을의 랜드마크 발티트 성. 얼핏 보면 티베트 라사에 있는 포탈라 Potala 궁과 모양이 흡사한 이곳은 700여 년 전 국왕 아야쇼 2세가 발티스탄의 공주를 신부로 맞으면 지은 것이다. 티베트 건축 스타일로 만들어진 고즈넉한 성채로 훈자 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훈자 호텔에 묵는 동안 동네에 성대한 전통결혼식이 있어 초대를 받았다. 이국 땅에서 보는 결혼식 구경은 언제나 즐겁다. 화려한 장식과 화장 속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팔의 문신이다. 인도의 헤나와 유사한 것으로 우르두어로 메흐디 Mehdi라고 한다.





마을골목 어귀에서 만난 훈자마을 소녀들.

부니마을처럼 북쪽에 위치한 훈자마을,

그래서 이곳 사람의 얼굴에도

동서양의 장점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훈자마을 뒷산 이글 네스트(Eagle Nest)에 동네 여인들이 소풍을 왔다. 언덕 위 바위마다 뚫려 있는 구멍이 독수리 둥지를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이곳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의 배경이 된 장소이기도 하다.





북파키스탄 힌두쿠시의 끝자락 부니산에서 한 주민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곳 산촌마을 사람들은 거대한 자연의 위용 앞에 인간은 한낱 미미한 존재에 불과한 걸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북쪽 우리의 남산 같은 마르갈라 언덕에서 본 석양 풍경.





치트랄에서 길기트로 넘어가는 가장 큰 고개인 산두르패스 호수의 석양. 자연의 색깔은 세상에 존재하는 색의 수만큼 다양하다. 새로움을 찾는 여행은 이런 다른 색깔을 맛보고 즐기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