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과 취업난에 위축된 우리 사회의 청년들에게 희망을 전해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미력하나마 기업이 공헌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2013년 하반기 정용진 부회장을 비롯해 최고 경영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인문학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것이 신세계그룹의 지식향연이 시작하게 된 배경입니다. 지식향연의 목적은 인재채용이나 기업홍보가 아닙니다. 그래서 행사 안내 포스터에는 신세계 CI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정 부회장의 인문학을 향한 행보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창의력과 상상력을 갖춘 인문학 인재에 그룹의 미래가 달렸다
정 부회장은 개인적으로도 인문학과 예술에 대한 관심이 남다릅니다. 미국 브라운대로 유학 가기 전 서울대에 잠깐 재학했던 당시 그의 전공은 서양 사학이었죠. 아마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강조한 경영 철학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명희 회장은 정 부회장이 어릴 때부터 “경영을 잘 하려면 사람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인문학과 예술에 대한 이해를 꼽았죠. 정 부회장은 인생의 지침서 역시 경영경제학 전문 서적이 아닌 인문학 서적입니다. 작고한 김태길 전 서울대 교수의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책이 정 부회장이 꼽는 인생의 지침서이죠. 그는 작년 연세대 강연에서도 학생들에게 이 책을 인용해 행복의 조건으로 생활의 안정과 건강, 자아의 성장, 원만함, 공동체 안에서의 떳떳한 역할 등을 제시했습니다.
정 부회장은 피아노 연주를 즐길 정도로 클래식에 대한 조예도 남다른데요,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클래식을 지원하는 사회공원 활동입니다. 신세계그룹 전략기획실의 한 관계자는 “<지식향연>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권위를 내려놓고 소통하는 리더십은 정 부회장의 최대 장점”이라며, “사내에서도 신입사원들과 회사의 미래를 토론하는 ‘공감토크’를 진행하는 등 직원들과 수시로 격의 없는 만남의 자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부회장은 2009년 그룹의 총수가 된 후 인간의 행복과 진정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주제로 회사 임직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오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격월 주기로 저명인사를 초청하는 ‘지식콘서트’를 진행하고 있고, 백화점 아카데미(문화센터)의 인문학 강좌 수도 계속 늘려가고 있습니다.
메디치 가문에 의한 르네상스의 중흥, 신세계그룹에 의한 인문학 전파
‘메디치 가문’은 지난 15~17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약 300년간 지속적으로 인문학과 문화 예술을 후원해 르네상스를 꽃피우는데 기여한 대상 집안입니다. 과거 이탈리아에서 수많은 사상가와 화가, 학자를 발굴해 르네상스가 꽃필 수 있도록 후원했던 메디치 가문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게 신세계의 목표입니다.
지식향연의 최종 목적지는?
행복입니다. 인문학을 통해 크게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작게는 ‘행복한 임직원, 행복한 회사생활’을 만들자 입니다.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기업으로서 나아가 인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전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게 비전입니다. 실제로 지난 3월 열린 ‘공감토크’에서 정 부회장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먼저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라”고 직원들에게 조언했습니다. 직원들이 행복해져야 가족과 주변 사람은 물론, 회사의 고객까지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행복은 그것을 향해 걸어가는 길 위에 이미 놓여 있습니다.